[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부진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시장 판매량이 4년 만에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유는 중국 맞춤 차종 확대와 수익성이 높은 SUV 중심의 과감한 변화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12만32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10만9100대보다 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023 상하이 모터쇼'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틸 바텐베르크(Till Wartenberg) N브랜드&모터스포츠사업부 상무가 N 브랜드의 중국 시장 런칭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현대차가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2016년에는 113만대 판매로 점유율을 7%까지 올렸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매년 점유율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25만6400대까지 줄어들었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완성업체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 자동차업체의 성장으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친중 정책을 펴지 않고 있음에도 판매량이 두 자릿수 늘었다는 것은 중국에서 현대차의 품질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중국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반등에 성공한 이유로 맞춤 전략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좋은 모델로 교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 신화사=뉴스핌]주옥함 기자='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한 현대자동차의 '더 뉴 아반떼N' 디자인. 2023.04.19 wodemaya@newspim.com |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수요에 맞춰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쓴 결과"라며 "앞으로도 세단 중심의 라인업은 줄여나가겠지만, SUV 차종 등 고급 차종 중심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지 SUV 모델인 투싼 L과 ix35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9% 늘었고, 지난달 새로 출시한 중국 전략 SUV '무파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국에서 고성능 N라인업인 '더 뉴 엘란트라 N'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도 현대차는 2025년까지 현지 생산 모델을 최소 4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기아는 올해 11월 EV5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6개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현대차가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저가 시장보다는 고급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에서는 토종 브랜드가 나아져 20~30% 더 비싼 현대차를 살 필요가 없다고 본다. 현대차가 비싸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을 알리면서 영업 이익률을 높이는 등 중국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교수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에서는 치고 올라온 상태여서 중저가 브랜드 시장은 경쟁력이 없다"라며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폐지된 전기차와 제네시스 브랜드로 BMW나 벤츠와 같이 고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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