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한미동맹에 있어서 의미 있는 해이다. 김일성에 의한 6·25 남침 전쟁의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70년이 됐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15년 생전의 백선엽 장군을 만나 한미동맹과 군인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95살 나이였고 몸은 젊은 시절 같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하고 변명 없이 얘기를 해줬다. 백 장군의 일본군 시절과 국군 창설, 6·25 전쟁에 대해 대화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
◆생전 백 장군 만나 '한미동맹' 진솔한 대화
백 장군은 미국의 알리 버크(Arleigh Burke·1901~1996) 해군 제독 얘기를 꺼냈다. 버크제독은 미국에서 유명하다. 살아 있는 동안 이지스급 구축함을 알리 버크급으로 명명했을 정도로 존경받는 군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 극동 해군사령부에서 참모장교와 순양함 전단장으로 작전을 했다. 유엔군사령부 정전협상단 일원으로 근무한 것이 한국과 인연이다.
버크제독은 미 해군참모총장을 3연임했다. 냉전시대 미 해군의 개혁을 이끌면서 미 핵추진 잠수함과 잠수함 발사 핵 억제개념을 만들고 완성시켰다. 이러한 버크제독이 1953년 미 해군본부의 전략기획부에서 근무 중이었다. 백 장군 말에 따르면 미 출장 중 늦은 밤에 버크제독이 호텔로 찾아와 "내일 미 육군참모총장을 만나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라고 했다"고 한다.
백 장군이 "자신이 없다"고 하자 버크는 "말하면 된다"면서 "아이젠하워를 만나면 '정전협정의 조건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줄 것과 한국군을 2배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다음날 새벽까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버크제독, 한국군 감명 '한국 희망' 확신 조언
결국 백 장군은 미 대통령을 만나게 되고 우리는 국군 10개 사단이 20개로 늘어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게 됐다. 주한미군이 지난 70년 동안 한국에 주둔하게 됐다. 그러면 왜 버크제독이 이런 귀뜸을 한국에게 해 줬을까?
첫째, 버크제독이 유엔군측 정전협상단으로 반년 동안 근무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의 거짓과 위선, 그리고 잔인함을 직접 목격하면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버크제독은 공산주의자들과는 오로지 힘의 우위에서만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둘째, 버크제독이 미 극동군 해군사령부에서 복무하면서 함께 근무한 한국의 젊은 해군장교들과 한국 군인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에서 크게 감명받았다. 한국 사람들이 희망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게 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뤘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70주년을 상기하면서 버크제독과 같은 숨은 조력자, 공산주의 본질, 그리고 우리 각자의 작지만 큰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 후손들의 미래를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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