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평소에는 주로 주말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평일 낮에도 어르신들이나 인근 직장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여요."
서울 강서구의 허준박물관 관계자는 3일 "최근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보니 잠시라도 더위를 피하려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평소 잘 찾지 않던 박물관이나 미술관, 은행, 관공서 등이 도심속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료 폭탄 걱정에 가정에서는 맘껏 틀지 못하는 에어컨이 '빵빵한' 곳일수록 시민들의 발길이 붐비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전국적으로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찜통 더위가 8월 첫날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서대문구 홍제천 인공 폭포를 찾아 더위를 시키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3일쯤 정체 태풍 '카눈'으로 인해 한반도 폭염이 다음주도 계속된다고 예보했다. 2023.08.01 leemario@newspim.com |
직장인 김준태(45)씨는 "얼마전 퇴직연금 수익률좀 알아보려고 회사 인근 은행을 찾았다가 너무 시원해 30분 넘게 있다 왔다"며 "평소 같았으면 대기 시간도 짜증나고 얼른 볼일만 보고 나왔겠지만 그날은 공짜 피서온 느낌이라 더 오래 있다 나왔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시중은행들도 시민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은행권 전체가 여름철 쉼터 제공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었다"며 "고객들이 갑자기 몰릴 경우 금융사고 위험도 있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점마다 더위 피해 오시는 고객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미술관도 대표적 도심속 피서 명소중 하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서울시내 곳곳의 갤러리들은 여름 특별전을 운영중이다. 30대 직장인 유 모씨는 "여자친구와 강남에 있는 갤러리를 다녀왔는데 사람 많은 식당이나 영화관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하고 시원해서 좋았다"며 "앞으로도 종종 미술관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폭염에 지친 주부들이나 노년층들도 집 근처 은행이나 동사무서, 경로당 등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국에 지정된 무더위 쉼터는 6만여곳, 서울에만 4106곳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있다.
40대 주부 이윤희 씨는 "전기료가 걱정돼 집에서는 잘때만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낮에는 마트 등 주로 에어컨 시원한 곳으로 찾아다닌다"며 "작년 여름에 평소 2만원대이던 전기요금이 10만원 넘게 나와 올해는 또 얼마나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