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소송대리인이 사임하기 전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해 기간 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면 효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소송 종료를 선언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18년 6월 기혼 남성인 B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 입사했다. B씨는 A씨에게 구애를 했고 B씨가 이혼했다는 거짓말을 믿은 A씨는 그와 성관계를 가졌다.
2019년 4월 A씨는 B씨가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돼 헤어지기로 했고, 그의 배우자에게 본인과 있었던 관계를 폭로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B씨는 A씨가 본인의 아내에게 외도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에도 A씨의 근무지를 찾아가 욕설을 해 모욕죄에 대한 약식명령을 확정받기도 했다.
A씨는 B씨와 성관계를 가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고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며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B씨는 항소했으며 A씨는 피항소인이 항소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후에도 할 수 있는 부대항소를 제기했다.
원심법원은 2022년 7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고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이 내려졌다. 해당 결정은 같은 해 8월 16일 B씨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됐다. 그런데 B씨 대리인은 같은 달 26일 사임서를 제출했고, A씨는 조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반면 B씨는 같은 달 30일 변호사 C씨 명의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앞서 대리했던 변호사 사임으로 인한 소송 위임장은 제출되지 않았다. C씨는 수개월 뒤인 11월 23일 법원에 B씨 소송대리인임을 알리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원심은 "이 사건 이의신청서는 피고 본인 또는 그로부터 권한을 수여받거나 조정담당판사로부터 하가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다"며 "결정이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부터 2주일이 지난 2022년 9월 2일 확정됐으며 소송은 취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새롭게 선임된 소송대리인이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이의신청이 소급돼 효력을 갖게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을 갖게 된다"며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 후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대리인이 이의신청 행위를 추인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피고의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및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되었고 결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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