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 규모 횡령사고에서 경남은행에서 560억원의 횡령사고가 또 터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사고는 상당 부분 유사점이 많아 은행권에서 정밀한 내부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 받고,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투자금융부 부장 이모 씨의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규모는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이어 두번째로 큰 금액이다. 횡령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라는 점도 비슷하지만 이 두 사건은 횡령 구조에도 유사점이 많다.
BNK경남은행 본점 전경 [사진=BNK경남은행] |
우선 두 사고 모두 특정인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정부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횡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씨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15년 넘게 경남은행에서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했고, 우리은행에서 횡령사고를 일으킨 전모 씨는 약 10년간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다. 전씨가 8년간 700억원을, 이씨는 2016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6년에 걸쳐 560억원의 돈을 빼돌렸다. 특정부서에서 장기근무를 하면서 이씨는 PF대출을, 전씨는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타깃으로 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후 장기근무 제한, 직무분리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지도·감독했는데 경남은행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두 사고 모두 가족 명의가 계좌가 동원되고 대출서류를 위조한 부분도 닮은꼴이다.
이씨는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이미 부실화된 PF대출 1건(169억원)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했다.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차주(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PF대출자금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총 326억원을 편취했다. 작년 5월에는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이씨가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했다. 전씨 역시 우리은행에서 동생 명의 법인으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하고, 허위공문 등을 사용했다.
두 사건 모두 유사점이 많은 만큼 사고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업점 업무에 대해선 은행권 내에서 정밀 감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전날 모든 은행에 PF 자금 관리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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