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우리은행이 '697억원' 횡령사건 이후 준법감시인을 확대 개편하고, 소속 장급을 배치하는 등 본부부서와 영업점의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이 26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운영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고 발표한 직후 이같이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날 우리은행 횡령 관련 금감원의 검사 결과 브리핑 이후 "최근 본부부서 업무단위를 세분화해서 다중적인 점검을 실시했다"며 "준법감시인 확대 개편, 소속 장급 배치 등 내부통제 시스템 실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 사고를 못막은 것에 대해선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낮은 자세로 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개인의 일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본다. 직원 순환배치를 했다고 해도 다 막을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6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700억 상당의 우리은행 횡령 사건 검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697억3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 기간 중 1년 간 무단결근하고 팀장의 OTP, 직인 등을 무단 도용했지만, 우리은행은 금감원 검사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운영 부실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사고자(횡령 직원)는 동일부서에서 지난 2011년 11월~2022년 4월까지 10년 가까이 장기근무를 했으며, 심지어 2019년 10월~2020년 11월까지 1년2개월 내내 파견근무를 핑계로 무단결근을 했지만 은행 측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대외기관 TF 구성에 해당 직원이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핑계로 부서장한테 허위로 구두 보고했고, 부서장은 의심하지 않고 파견을 보냈다"며 "(파견 간 사실에 대한) 관련 문서도 남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기관 회의가 있으면 출입이 가능해 출입기록은 남아있지만, 지속적으로 근무한 기록은 없다. 파견기관에 확인해봤지만 파견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행 측에서도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OTP 무단 사용에 대해선 "금고에 OTP가 보관돼있는데, 팀장과 사고자가 열쇠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열쇄 두 개를 꽂아야 금고가 열리는데 팀장 공석 때 열쇠를 탈취해서 금고를 열어 OTP를 꺼내 사용한 것"이라며 "직인도 부서장 직인, 은행장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한적 있는데, 공문을 허위로 만들어서 결재 받는데 직인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횡령 자금은 주식, 선물옵션에 투자되거나 친인척 사업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횡령자금은 사고자 동생 증권계좌로 3분의 2 가량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식이나 선물옵션에 투자된 것 같고, 일부는 친인척 사업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CEO에게도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현재 제재심으로 가기 전 해당 검사부서 내에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사고 관련자는 사고자의 직접적인 라인에 있는 담당 팀장, 부서장, 그 위 임원급도 있고 최종적으론 행장, 회장까지도 가겠지만 은행법이냐 지배구조법이냐 등 어떤 관련 규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고 관련자 범위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 외에 출자전환주식 횡령금 23억5000만원, 대우일렉 공장 매각 몰취계약금 59억3000만원 횡령 등 두건에 대해서도 파악하자마자 검찰에 통보했다"며 "검찰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했다.
내부통제제도 실효성과 관련한 법규를 재정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법의 구체적인 적용이 있어야한다. 원칙에 위반했을때 제재하는 것이 어렵다"며 "재판 과정이라 재판이 최종적으로 끝나면 관련 법규를 명확히 할 것이다. 포인트는 내부통제 적정하게 작동했느냐, 안했느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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