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생활임금이 적용되는 전 직원의 호봉을 재산정해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은 부산광역시장의 예산안 편성권 및 인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광역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3월 23일 부산시장이 생활임금이 적용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부산시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저소득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비율의 임금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제정해 지급하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활임금과 그 적용대상은 부산시장이 부산시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해 왔다.
부산시장은 해당 조례안이 시장의 고유권한인 예산안 편성권과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재의결을 요구했으나 의회는 같은 해 6월 21일 원안대로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이에 부산시장은 의회를 상대로 재의결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조례 무효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다. 지방자치법 제120조 3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재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의회의 조례안 재의결이 위법하지 않다며 부산시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은 "개정 조례안에 의하더라도 호봉 재산정이 돼야 하는 적용대상을 결정할 권한은 여전히 원고(부산시장)에게 있고 구체적인 생활임금 결정이나 호봉 재산정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결정도 원고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조례안이 집행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장 고유의 재량권을 침해했다거나 예산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장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시 소속 직원의 임금 지급에 있어 호봉 재산정으로 생활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 상승 효과를 고르게 누리도록 하라는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권한을 일부 견제하려는 취지일 뿐 원고의 임금 결정에 관한 고유권한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 기준을 조례로 규정하고 그 내용이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일부 제약한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내용을 규정한 조례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 관계자는 "부산시 소속 근로자 등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의 운영과 관련해 생활임금 지급의 효과를 호봉과 무관하게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한 이 사건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거나 상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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