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 A사는 다국적기업인 OOO타이어로부터 국내 물류센터 운영을 위탁받았으나 보세창고(관세 부과가 유예된 공간) 특허요건(물동량)을 충족하지 못해 수입 건별로 보세구역 외 보관허가를 받아 물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동량 기준 완화로 울산 소재 산업단지 내에 보세창고 특허를 받고 이를 거점으로 미국, 유럽연합(EU), 태국 등으로 타이어를 공급하게 됐다.
# B사는 그동안 부산 신항에서 북항으로 환적화물을 운송할 때 화물차(육상)로만 보세운송(보세 구역 사이에 한해 외국 화물을 관세 미납인 채로 운반하는 일)할 수 있었으나 부산항 내 국제무역선으로도 환적화물 보세운송이 허용되면서 물류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사례와 같이 정부가 물류 경쟁력 강화와 첨단산업 수출 지원을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관세청은 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통관물류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방산 업계 등에서 보세제도 규제 완화와 수출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 경인권·서해안권·영남권…전자상거래 통관 거점으로 육성
정부는 보세창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농공단지를 제외한 800개 산업단지와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에 대해서는 물동량에 관계 없이 신규 특허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보세창고 시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출입문·차양막 크기 등 시설요건도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재고 대비 재수출 실적 30%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중계무역 물품의 보세창고 보관기한을 없애고, 우수기업에 대해선 내국물품 보관 시 사전 신고를 생략하도록 했다.
관세청 전경 [사진=관세청] 2023.08.08 dream78@newspim.com |
이러한 조치를 통해 보세창고에 고효율·고부가가치 물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정부는 권역별로 전자상거래 통관거점을 육성하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화물 운송이 항공에서 해상으로, 통관지역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관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지역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경인권 인천항에 사업비 599억원을 들여 '해상특송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서해안권 군산항에 전자상거래 물품 전용 '해상특송통관장'을 만든다. 영남권에서는 부산을 일본 전자상거래 수출입 통관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항만별로 물류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부산을 환적, 인천을 콜드체인, 광양·당진·포항을 철강 수출, 평택을 자동차 수출 중심 지역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 보세공장 반출입 물품 제한 폐지…전자통관시스템 전면 개편
정부는 보세공장(외국 물품이나 외국 물품과 내국 물품을 원재료로 해 제조·가공 작업을 하는 특허보세구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작년 기준 반도체·조선·바이오·디스플레이 등 보세공장 활용 수출 비중이 90% 수준으로 보세공장 제도가 수출 지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료=관세청] 2023.08.08 dream78@newspim.com |
정부는 우선 우수 기업에 대해 보세공장 아웃소싱 사전 허가절차 등을 자체 기록·관리로 갈음하도록 하고, 첨단산업의 원재료·중간재·생산품 등은 반출입·수출입 신고 즉시 자동 수리돼 신속한 통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보세공장 보관·반출입 제한 물품을 없애고, 보세공장 반입 물품의 보관기한을 1년에서 특허기간으로 늘린다. 수입신고 지연에 따른 행정제재도 폐지된다.
현재 보세공장에 대해선 운영인·시설 기준·내부 관리 체계 등 50여개의 엄격한 세부 요건을 심사한 후 제한적으로 특허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보세공장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경직적으로 규정된 시설기준을 폐지 또는 완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출하장 차양 너비가 벽체로부터 4m 이상'과 같은 요건을 '화물 손상방지 시설 보유'로 대체하는 식이다. 아울러 임차시설이 포함된 경우에도 5년 또는 10년의 장기 특허를 허용하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첨단산업 전후방 연관기업의 보세공장 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인천공항·부산 신항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에 관계기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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