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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줄줄이 광복절 특사…"비리 면죄부" 비판 시각도

기사등록 : 2023-08-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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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올해도 '경제살리기' 기조
이중근·박찬구·이호진 사면 확정
과거 '황제보석·특혜' 논란 휩싸여
"사면, 경제 활성화 효과 있나 의문"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경제 살리기' 기조에 따라 다수의 주요 경제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경영 활동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도 복권돼 취업제한에서 벗어났다.

정부는 오는 15일자로 총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면의 방점이 경제에 찍힘에 따라 주요 경제인 12명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74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43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경제인의 경우 경제위기 극복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운영 관련 등 범죄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점과 고령·피해회복 등 참작할 사정을 따져 특사 대상을 선정했다.

앞서 재계와 경제단체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오너일가를 포함한 경제인 사면을 촉구한 분위기 등 또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사에 이름을 올린 경제인들의 과거 범죄 혐의와 행실을 살펴볼 때 경제 활성화만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기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형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에 오른 박 명예회장은 회사 자금 107억원을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에게 무담보·저이율로 대여해줬다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박 명예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법무부가 박 회장의 취업승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취업승인 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취업승인을 거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신 전 이사장은 롯데 일가의 경영 비리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11억9700만원을 확정받았다.

복권으로 취업제한에서 자유로워진 부영그룹의 이 전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확정받았다. 이 전 회장은 구속 이후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161일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나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2021년 이 전 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mironj19@newspim.com

태광그룹의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원을 각각 확정받았다. 그는 간암 치료를 위해 병보석 허가로 풀려났으나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보석 논란을 낳았다.

이들과 함께 복권 대상에 포함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갑질과 욕설을 한 혐의로 2019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거액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병·의원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2020년 9월 출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단행한 광복절 특사에서도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사면 명단에 올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당시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국민 민생경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복되는 경제인 사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매년 광복절 등 특정시기에 대한민국 주요 경제인들이 사면돼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그 결과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범죄에 대한 경계심을 약화시켜 기업 오너 일가들이 비리와 불법을 일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수형자와 가석방자 중 중소기업을 운영했거나 소규모 자영업을한 이들의 경우 범죄전력 등 사정을 고려해 사면 대상자로 선정했다. 장기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일시적인 경제력 약화로 범행에 이른 경우나,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안 등이다.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A씨는 차용금 1억 5000만원과 운송료 6000여만원을 지급하지 못해 징역 8월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6월 가석방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부진 탓에 사업 상황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1억원 이상 변제한 사실이 사면 사유로 반영됐다.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인 B씨는 신규기술 생산공장 설립 투자금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받았으나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해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아 복역하다가 지난달 가석방됐다. 거래처 대금 등 누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돼 범행을 저지른 점이 고려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초래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금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처벌받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사면을 통해 이들이 재기 후 경제활동에 복귀해 서민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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