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귀속된 부동산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를 매도했더라도 사해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소시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신용보증기금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04년 6월 친형인 B씨 명의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아파트를 3억원에 매수했다. 같은 해 8월 B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B씨는 2008년 1월 신탁회사와 아파트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B씨는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농협중앙회로부터 1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2016년 8월 B씨로부터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했고 신탁회사는 A씨에게 아파트와 관련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B씨는 아파트 계약 체결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으며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였다. B씨로부터 2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던 신용보증기금은 B씨가 A씨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매매계약 취소와 가액배상을 통한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1·2심은 신용보증기금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 B씨는 채무초과 상태로 아파트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행위는 사해행위가 되고, 채무자인 B씨의 사해의사와 수익자인 A씨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봤다.
이어 "A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후 근저당궝니 설정돼 이 사건 아파트를 원물로 반환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게 됐으므로 원고는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가액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는 B씨의 신탁에 따라 신탁재산으로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귀속되고 위탁자인 B씨의 재산으로부터 분리돼 독립성을 갖게되므로 책임재산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행위로 인해 B씨의 책임재산에 부족이 생기게 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사해행위라고 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재산으로부터 독립되므로 그 재산 자체를 위탁자인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이 경우 신탁계약상 수익권이 위탁자에게 귀속돼 있으면 그 수익권을 위탁자인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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