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주요 쟁점 사항이었던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가 구체화됐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되는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재와 휴대전화 압수 등 지도 방식을 규정했다.
교육부는 고시와 학생인권조례가 상충할 경우 조례 개정과 폐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기조는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제공] |
이번 고시는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주로 교육활동이 침해돼도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없고,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고 있다며 교육활동을 위한 현실 개선을 호소해 왔다.
당초 교육부는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생활지도 범위를 규정하려 했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를 위해 고시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시안은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고시안은 교육 방해 학생에 대한 수업 시간 중 분리 조치, 수업 방해 물품의 분리·보관, 학생이 난동을 부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 물리적 제지, 반성문 작성, 훼손 시설 원상 복구(청소 포함), 문제 시정을 위한 대안 행동 등의 과업 등을 포함했다.
학부모 갑질로 악용되는 교원 상담을 손질해 일시·방법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했다. 교사는 직무시간·직무범위 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고, 상담 중 폭언·협박·폭행이 일어나면 상담을 중단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고시안에 따라 과거 학생 인권을 제한한 조치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3월 22일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판단하고 관련 교칙이 있는 3개 고등학교에 대해 교칙 개정을 권고했다.
또 지난해 휴대전화 소지·두발 길이 등을 제한한 학교생활 규정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헌법 10조와 18조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사진=교육부제공] |
고영종 책임교육지원관은 "생활지도 방식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법령과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 예전처럼 두발·복장 관리를 통해서 학생 인권을 침해한 방식이 학칙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도해야 하므로 벌 청소도 안 된다. 훈육 목적의 체벌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칙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서 정할 수 있게 돼 있고,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결정되고 학생·학부모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며 "일방적으로 선생님들만을 위한 학칙,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물품 보관 방식 등이 학칙으로 제정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조례의 개정과 폐지 등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고시가 법령체계의 일부로 조례에 우선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조례는 지자체 권한으로 존중해야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조항과 상충하는 경우는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 고시안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 지원관은 "고시에 나온 대로 생활지도를 한다면 아동학대로 처벌받지 않도록 지자체와 담당 공무원, 경찰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고시가 확정되면 경찰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 지침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학기 수업부터 고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보통 20일 이상이던 행정예고 기간을 18일부터 28일까지로 열흘간 단축해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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