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는다. 3국 정상은 다층적 협력체계, 북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미일 3국은 이번 만남에서 안보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들고 제도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등 안보·군사적 차원뿐 아니라 인공지능(AI)·사이버·경제안보 등 비군사 문제까지 다각도로 다루는 3국간 협의체가 논의될 전망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핵우산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는 '삼각 안보협력체'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3국 협력을 규정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협력 비전 등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문건이 채택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 두 문건 외에도 1개 문건 추가 채택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안보 협력체제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 "안보협력, 18일 전후로 나뉜다...2개 문건 채택 예정"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 결과로서 향후 지침이 될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3국 협력의 비전 및 이행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2가지 문건 채택을 확정했다"며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원칙을 천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체 창설, 역내 위협, (북핵) 확장억제와 연합훈련, 경제협력과 경제 안보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3국의 안보·경제 협력의 역사는 8월 18일(한미일 정상회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의회 연설을 통해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며 정의로운 동맹,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 그리고 미래를 향해 전진할 미래 동맹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램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회의 이튿날인) 19일은 동맹의 강력함 등에서 (회의 전날인) 17일과는 완전히 다른 날이 될 것"이라며 "목표는 새로운 3국 협력이 '뉴노멀'이 되게 하고 미래 (한미일) 어느 지도자도 이 관계를 과거로 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구속력 있는 한미일 정상회의 이니셔티브로 3국 관계를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16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서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한미일) 3국 관계를 구속(lock-in)하는 야심 찬 일련의 이니셔티브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개최되는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논의한 곳이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도출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
◆ "지정학적 이정표...나토식 동맹은 '시기상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 국가에 대한 도전은 모두에 대한 도전'이란 나토 공동 방위 조약에서 착안한 문구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CNN이 17일 보도했다.
CNN이 취재한 익명의 한 고위 미국 행정부 관리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3자 간 집단 방위 협정을 맺는 데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느 한 국가에 대한 도전은 그들 모두에 대한 도전"이란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는 나토 조약 제5조에 명시된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에서 착안한 문구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이 문구가 공동성명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 방위' 문구는 채택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미국 전문가와 전직 관리들은 이번 회의를 3국의 안보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지정학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상회의가 북한에 대한 대응뿐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그러나 나토와 같은 안보 협력체제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나토 사무차장을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17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다각적인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3국 모두의 안보를 강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미일 3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나토와 같은 집단 안보체제로 나아갈 가능성 등에 대해선 공동성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대학 교수는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격이 발생할 때 모든 동맹국이 서로를 방어하기 위해 참여하는 나토와 같은 지역 안보 기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이모어 전 조정관 역시 나토와 같은 안보 협력체제는 지금으로선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동맹국 중 하나가 공격받을 경우 군사 훈련 및 미사일 방어 등에 대한 협력 강화 수준에서 우선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러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 문서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 "당장 군사동맹은 쉽지 않아...중·러 관계 고려도"
한국 전문가들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이 더욱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면서도 "나토식 동맹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당장 어떻게 될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실제 발표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은 정보공유 등 일종의 군사협력체가 갖춰져 있지만 당장 일본도 함께 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국민적 동의도 필요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외교·정치를 경제·무역과 분리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외교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등 부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국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당장 나토식 군사동맹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며 "안보와 관련해 조금씩 협력하는 식으로 시작할 것 같다. 지금보다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는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포괄안보체제를 만들어 예민한 군사문제를 조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다수 국가가 공감하는 기후위기 등도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가치기반 동맹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 "같은 입장을 가진 국가끼리의 연대는 좋지만 그것만 너무 강조하면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이나 중립적인 국가들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며 "중간 국가를 이해시키면서 한미일 관계의 시너지효과를 내는 섬세하고 정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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