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현실화 되는 상황에 대응해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공조와 결속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다만 한미일 군사·안보 공조가 더 강화될수록 북중러 밀착과 협력도 보다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 속에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립 구도가 더 고착화되거나 첨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DC 인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한미일 정상, '외교+국방' 포함 연례 정상회의
이에 따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낮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통일의 노력도 동시에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8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미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중 군사·안보 분야에 대한 내용은 세 정상이 채택하고 발표한 공동성명과 원칙, 공약에 자세히 담겼다.
세 정상은 3국 협력의 비전과 이행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The Spirit of Camp David:Joint Statement of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에서 군사·안보 분야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한미일 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일 연례 정상회의 신설과 관련해 세 정상은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가질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기존의 외교·국방장관 간 각각 가져왔던 3국 협의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對)중 공조와 관련해 세 정상은 "최근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반(反)중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세 정상은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면서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8월 중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점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세 정상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세 정상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한반도,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전례 없는 횟수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재래식 군사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체적인 대북 공조와 관련해 세 정상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포함해 3국 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3자 실무그룹 신설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세 정상은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지속 견지한다"면서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납북자와 억류자, 미(未)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대북 협상과 대화의 의지도 밝혔다.
한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세 정상은 "한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며 '통일 한반도' 지지 입장도 내놨다.
한미일 3자 간의 구체적인 군사·안보 협력과 관련해 세 정상은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철통같으며 모든 범주의 미국의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분명히 재확인한다"면서 "3국은 우리의 조율된 역량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하고자 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3년 6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3자 훈련의 연간계획 수립에 합의했다. 한미일은 훈련계획 수립을 위한 실무협의를 거쳐 ▲중단된 해양차단훈련과 대해적훈련 재개 ▲해상 미사일방어훈련과 대잠전훈련 정례화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 가능한 재난대응·인도지원 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세 정상은 "3국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8월 중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한 해상 탄도미사일 방어 경보 점검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8월 17일부터 이틀 간 실시간 경보정보공유 체계를 처음으로 시험 가동했으며 연내 구축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내 실시간 경보정보공유 체계 출범 후 종합 분석을 통해 미사일 방어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2023년 7월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 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마야함) [사진=해군] |
◆대만 침공·우크라 전쟁, 대중·대러 '반대' 명시
세 정상은 "2022년 11월 프놈펜 성명상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23년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도록 하고자 한다"면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에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시험하기 위해 초기 조치들을 시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세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 달성이 국제사회의 공통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북핵 비핵화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세 정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있어 단합한다"면서 "국제 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고 잔혹한 침략 전쟁에 대항해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 정상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대해 조율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한미일 정상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 경감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재앙과도 같은 침략전쟁으로부터 얻을 오랫동안 지속될 교훈은 영토 보전과 주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수호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의지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세 정상은 "어디에서든 이러한 기본적 원칙들이 거부된다면 우리 지역에 대해서도 위협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재확인한다"면서 "이러한 언어도단의 행위가 다시는 자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에 있어 단결한다"고 한미일 3자 간의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연대와 결속도 거듭 확인했다.
세 정상은 한미일 협력의 지속적인 지침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에서 "핵비확산조약 당사국으로서 비확산에 대한 공약을 지킬 것을 서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 정상은 "핵무기 없는 세계 달성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와 동시에 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 안에서의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균형론에 대해 다시 한번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7월 27일 밤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전승절' 열병식 도중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북러 군사훈련 조짐 주시…북한 도발 촉각
한미일 세 정상은 3국의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Among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상호협력·안전보장 조약에서 비롯되는 공약들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이 협의에 대한 공약은 국제법 또는 국내법 아래 권리 또는 의무를 창설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기존의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기조를 깨지 않는 선에서 군사·안보 공조 강화를 재확인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의 격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군사·안보 공조와 결속을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해 나간다는 방향이다.
다만 한미일 3각 공조의 틀 속에서 한일 군사동맹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오는 8월 21일부터 11일 간 실시되는 연례적인 한미 연합 '을지 프리덤 실드'(UFS) 연습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과 무력시위가 우려된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8월 18일 밤 미국의 전략정찰기가 동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며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군은 지난 7월 28일 미군 전략정찰기들이 경제수역 상공을 무단침범한지 불과 20일 만에 이뤄진 위험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이미 오는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극히 이례적으로 예고하고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2·8 건군절', '7·27 전승절' 열병식에 '9·9절 열병식'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한 해 3차례 대규모 열병식은 처음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 사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북러의 기술과 안보에서 관계에 우려한다"면서 "정보 당국이 북러의 미사일 기술 협력을 포함한 문제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7·27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회담한 이후 북러 군사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월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과 미사일 판매와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고, 북한은 노후 장비 수리를 포함한 기술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8·18 한미일 정상회의와 UFS 한미연합 연습을 겨냥해 ICBM 발사 등 여러 종류의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실패의 결함 보완을 순조롭게 진행한다면 9·9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8월 말 또는 9월 초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