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신정인 기자 = 최근 서울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등 잇단 '묻지마 흉악범죄'의 원인중 하나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경찰의 수사업무 부담이 가중되며 일선 치안 현장을 담당할 인력 부족이 흉악범죄를 유도하고 있다는 논리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치안이 허술해진 원인을 이야기할 때 '검수완박이 작년에 국회에서 일방 강행 처리되는 바람에 치안상의 인력 부족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그런 지적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더해 지난 정부에서 2만 5000명 의경 병력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일선 경찰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치안 현장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검수완박'과 직접 연관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치안 현장을 직접 담당하는 경찰내 순경·경장·경사 등 하위계급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치안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경찰 순경·경장·경사 계급의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최근 묻지마 횽악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특별치안활동까지 선포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옆 둘레길에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최모(30)씨가 19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8.19 mironj19@newspim.com |
지난달 말 기준 서울경찰청 소속 순경 정원은 9535명인데, 절반가량인 4626명이 결원 상태였다. 경사는 정원(6640명)보다 949명 적은 5691명, 경장은 정원(7985명)보다 2018명 부족한 5967명이었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역시 순경 직급은 모두 정원 미달로 나타났다. 순경 직급에서 1000명 이상 결원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1967명), 대구(1253명), 인천(1210명), 경기남부(3444명), 경기북부(1157명), 경남(1224명) 등 7곳이나 됐다.
서울의 일선 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주취자 신고나 심지어 노래방 술값 시비로 툭하면 신고가 들어오는데 출동을 안할 수 없다"라며 "정작 경찰이 꼭 필요한 중대 범죄 현장에는 늦게 나가거나 다른 지구대나 파출소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등 현장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경찰은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경찰의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최근 흉악범죄가 많아졌다고 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고 검찰쪽 논리"라고 주장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력배치 문제나 그동안 검찰이 맡던 업무중 2/3가 경찰에 넘어온데 따른 업무 과부하로 (흉악범죄에) 간접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검수완박이 직접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흉악범죄 발생 원인은 개인의 특성이나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인 요인, 고립감이나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경위이하 모든 인력은 치안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현장 경찰관이며, 경감도 근속 승진으로 인원이 매년 증가하면서 경위이하와 마찬가지로 순찰팀원 등 발로 뛰는 현장 실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순경‧경장의 결원이 현장의 치안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