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폭우 실종자 수색 대민작전에 나갔다가 안타깝게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멀어지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처리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스텝이 꼬였을까.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사령부가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채 상병의 사망 사건은 군에 자식을 보낸 대한민국 부모와 국민, 즉 유가족 입장에서 처음부터 접근했어야 한다. 유족 측은 채 상병이 순직한 지난 7월 19일 이후 한 달 넘게 정확한 진상 규명과 원인 파악, 이를 통한 강고한 재발방지 대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유족 측은 무서울 정도로 의연하게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마주하고 있다.
외압 의혹 논란이 불거진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국방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를 한 해병대 수사단장을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항명죄'로 수사를 하고 있다.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지시받아 이행한 자' 책임져야 하나
생때같은 자식을 군에 보냈다가 납득하기 힘든 지시와 명령으로 자식을 잃은 유족의 입장, 즉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는 제2의 채 상병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원인 파악, 재발방지 대책이 확고히 세워져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현재 채 상병 사건을 처리하는 행태를 보면 과연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 국민의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처리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대통령실은 '외압 의혹을 잠재우는 것'이 급해 보이고, 국방부는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해병대 수사단장을 엄벌해 군 기강을 확립하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다.
채 상병 사태를 바라 보는 입장과 대응이 다 다를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이나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등 소위 '윗선'이 명심해야 하는 것은 지시와 명령하는 자의 무거움과 책임감이다. 군인들이 목숨을 내놓고 전·평시 부대장과 지휘관, 상관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는 것은 그 명령과 지시가 부당하지 않고, 내리는 자가 반드시 책임을 질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나 사회, 조직이든 간에 '지시하는 자'와 '지시받는 자'는 상존한다. 다만 지시하는 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군대는 물론 그 어떤 조직도 건강할 수 없으며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채 상병 사건에서 처음부터 소속 지휘관인 해병대 1사단장을 주목했던 이유도 '지시와 책임'의 문제였다. 지시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는 법리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이 있다. 지시한 자는 언젠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 했다"면서 "장관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장관을 포함해 그 누구도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특정인들만 포함하라고 '지시' 한 사실이 없다. 해병대사령관이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를 수사단장에게 명확히 '지시'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해병대 수사단이 8명 모두를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 혐의자로 판단한 조사 결과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하고 허리 높이까지 입수를 '직접 지시' 한 2명은 범죄 혐의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장관은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행동은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한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이자 군의 지휘권을 약화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번 항명 사건을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시한 자'는 어떤 책임져야 하나
박정훈(대령)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해병대 수사단 수사 재검토 결과 발표와 관련해 "채 상병의 대대장인 이 모 중령이 국방부 조사본부 발표를 듣고 사단장의 '지시'를 빼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발표를 듣고 울분에 선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중령은 '국방부 조사본부 발표에 사실 오인이 심각하다'고 언급했다"면서 "이 중령의 진술을 정리한 메모에는 '사단장의 입수 지시' 내용이 있다"면서 당시 작성한 메모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이 중령은 오히려 강물 사진을 찍어 '물이 불었고 물살이 세다'는 위험성을 단체 대화방에 올려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의 국회 출석 발언과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발표를 보면 채 상병의 사망에 '지시한 자'와 '지시받은 자'의 책임 소재가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전반을 보면 직접·간접 '지시'는 어떻게 다르며, 앞으로 군에서 '지시한 자'와 '지시받은 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모순이 상존한다.
전시와 평시,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사단장, 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까지 최상위부터 최하위급 제대까지 '지시한 자'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반면 국군 통수권자부터 국방부 장관, 일선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지시나 명령을 받는 자'는 그 이행을 하다 잘못되면 그 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장관이 언급한 "정당한 '지시'에 불응한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이자 군의 지휘권을 약화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반대로 '지시를 받고 이행하는 자'가 온전히 짊어져야 할 책임과 처벌로 귀결될 수도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은 '선(先) 조치, 후(後) 보고'를 통해 현장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신속하고도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하지만 이번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처리를 보면서 현장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책임져야 할 '선(先) 조치'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더 나아가 '지시와 명령'에 따랐다가 오히려 책임만 질 것이 두려워 임무 수행을 회피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지시와 명령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지시한 자는 언젠가는 책임져야 한다. 이번 채 상병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이 이것만이라도 교훈으로 얻었으면 한다. 군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훗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나 재조사, 재검토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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