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를 사업자로 보되 이들이 해당 플랫폼에 종속되는 정도가 심할 경우 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23일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려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한 연구위원은 플랫폼 분야 노동수요독점력을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에 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와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에 해당하는 배달앱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는 "앱 개발 분야의 노동수요독점력 추정치는 일반적인 노동시장 수준에 머물러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반면 배달앱의 경우 배달앱 종사자들에게서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나 플랫폼 간 전환의 어려움 등이 관찰돼 높은 노동수요독점력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플랫폼 간 경쟁과 소비자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플랫폼 간 경쟁촉진만으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거래정책과 협상력이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정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지위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는 일단 사업자로 보고 이들이 속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측정해 그에 비례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수요독점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 종사자 뿐만 아니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전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만 플랫폼 분야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독점력을 추정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적합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수요독점력에 따라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마켓에서 검색 순위와 관련된 앱 개발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과 같이 알고리즘과 관련해 사람이 사후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핵심사항에 대한 플랫폼의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제나 재해보상 등 노무제공자 전반에 걸친 기초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면서도 "최소보호 수준이 너무 높게 설정되면 국내 플랫폼 경제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앱 총 이용자수와 멀티호밍 추이 [자료=KDI] 2023.08.23 dream7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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