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현지시각으로 23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월가 시선이 고정된 가운데, 무엇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내용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25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보다 젠슨 황 CEO의 입을 더 주목하고 있다.
벤 에몬스 뉴웨지 웰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월과 젠슨 황 CEO 중 현재 시장 (분위기를 주도할) 주인공을 묻는다면 놀랍겠지만 파월이 아닌 황이다"라면서 그가 연준의 기대치를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컨퍼런스에서 열변을 토하는 젠슨 황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22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몬스는 엔비디아 실적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오는 11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곧 공개될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일종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지표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미 경제 전반의 생산성 흐름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몬스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실적 이면에 자리한 더 큰 거시경제 스토리는 AI가 미국 경제에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제가 예상보다 강력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AI 와 생산성을 엮어 성장 가속 기대를 키운다면 시장 내 금리 전망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CEO가 실적 공개 후 AI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면 채권시장 내 실질 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몬스는 "엔비디아가 연준 같은 시장 파워를 얻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명목 금리에서 예상 인플레이션 수준을 제외한 금리를 의미하는 실질 금리는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서 실질 수익률 대용으로 인식되는 10년만기 물가연동채권(TIPS) 금리는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TIPS 금리는 8월 들어서만 40bp(1bp=0.01%p) 가까이 뛴 상태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더라도 실질 금리가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도 마켓워치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실질 금리가 실제 성장세를 따른다면서, 생산성 개선과 성장 가속은 "연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AI 낙관론에 다시금 불을 지필 경우 연준의 피벗(정책 전환) 시기는 더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