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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이민정책] 결혼이민자 17만명...'가정폭력' '혼인단절' 해결 급선무

기사등록 : 2023-09-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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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은 출산 파업중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구 대위기에 이민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이나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산업인력 부족해소를 위한 단편적인 논의들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정치적 찬반 논쟁만 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현실을 짚어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형 이민정책 "K-이민정책"에 대한 길을 제시해 본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 지난 6월 전북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신 9주째였던 A씨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배와 얼굴, 머리를 무차별적으로 수차례 맞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는 남편이 방심한 틈을 타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었고, 지인이 신고하면서 남편은 구속됐다. 폭행 당시 A씨가 배를 감싼 덕에 태아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남편과 분리 조처하고 임시 거처를 안내했다.

올해 결혼이민자 수가 집계 이후 최초로 17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주여성상담센터의 202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정불화' 상담 건수가 전체의 35.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행정 민원이나 생활 고민은 18.28%, 일반 법률문제가 16.5%로 집계됐다. 이주 여성이라는 특성상 체류 문제는 7.4%, 형사처벌(성폭력·일반 폭력) 문제도 7.62%를 차지했다.

상담자의 체류 자격은 결혼 비자(F6) 소지자(43%)와 귀화한 경우(15%)가 과반이다. 방문 동거(F1) 비자와 영주권 취득을 위한 거주(F2) 비자, 재외동포(F4) 비자,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자는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구하거나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체류 자격이 남편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비자인 F6는 남편의 협조에 따라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자녀가 없이 협의 이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연장시 배우자의 행정 서류나 동행이 필요한데, 배우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체류 연장이 불가능하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시설도 부족하다.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의 생활 공간을 지원하고 자립을 돕는 이주여성디딤터는 전국에 단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서울에 있어 지방에 거주 중인 이주민들의 경우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에선 이주여성 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생산 방안을 마련하고, 다누리콜센터를 통해 폭력 피해 유형, 상담 대상, 조치 내용 등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폭력피해나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혼인이 단절된 결혼이민자에 대한 비자연장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인생활이 단절된 이민자도 자녀 양육(F-6-2)이나 혼인 단절(F-6-3) 비자로 계속해 국내 체류할 수 있지만, 일선 기관에서는 심사조건이 아주 까다롭다.

지난 30일 광주지법은 베트남 국적 여성 A씨가 광주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는데, 한국인 배우자가 지병으로 숨지기 전 별거 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주여성의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이 처럼 남편이 사망한 경우에도 과거 혼인 실태를 일일이 조사해 비자연장을 심사하고,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면 비자연장을 거절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의 체류민원이 집중된 서울 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전경 =사진 블로그 화면 캡쳐]

서울 구로구에서 국제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행정사는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중 남편이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는데, 출입국 사무소에서 남편 면회를 간 사실이 없다고 더 이상 중국인 배우자의 결혼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어려웠고, 병원비를 보낸 기록도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행정사는 당사자에게 소송을 권했으나, 결혼 이주 여성은 소송비용과 절차가 어렵다고 결국 비자연장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결혼이민은 말 그대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다. 일정기간 범법사실이 없이 우리 사회에 적응했다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포용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아무리 규정을 만들어 놓아도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결혼 이민자들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고 억울함과 원망만 간직한 채 한국 이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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