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암의 생존율을 높이고 치료 비용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24일 루닛은 강남에서 창립 10주년 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암 진단 AI를 주 사업으로 삼고 있는 루닛은 향후 10년간 사업 범위를 AI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함으로써 암을 완전히 정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오는 2033년까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암'이라는 난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알려면 질병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 10~20년간 환자들의 생존율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원인은 암의 복잡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임의적으로 '폐암' 및 '유방암' 등 단순화해서 명명되지만, 암에는 다양한 질병이 합쳐져 있다. 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해서는 '통합적 분석'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24일 루닛 창립 10주년 간담회에서 백승욱 의장이 발표하고 있다. 2023.08.24 hello@newspim.com |
이에 루닛은 통합적 접근을 목표로 삼고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다. 국내 판매 허가를 받은 흉부 엑스레이 및 유방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존에 데이터가 축적돼 있었기 때문에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암을 정복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의 데이터로는 부족하다는 게 루닛의 입장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데이터가 각 병원에 있어도, 루닛은 연결 권한만 있고 각각의 병원에서 AI 학습이 이뤄졌다"며 "이를 통합적으로 모아서 하는 연합학습 접근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루닛은 암과 관련된 환자 데이터를 통합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 세계 검진센터, 지역거점 병원, 임상시험 기관, 암센터 등에서 암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화된 AI 학습 모델을 통해 정밀 분석한다. 이후 의료 데이터를 의료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AI 플랫폼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자동화된 AI 모델을 통해 학습함으로써 암 진단 및 치료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다 빨리 암을 발견하는 한편, 맞춤형 정밀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24일 루닛 창립 10주년 간담회에서 서범석 대표가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2023.08.24 hello@newspim.com |
차세대 암 정밀진단 신제품 개발도 혁신의 한 축이다. 루닛은 앞으로 검진 시스템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암종을 검진 체계로 편입해 모든 암을 조기에 발견할 계획이다. 현재 발병률이 높은 5대암을 기준으로 조성된 검진 환경 외 전체 암종의 절반은 검진조차 진행하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했다.
루닛은 자율형 AI가 의사의 개입 없이 영상을 판독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범석 대표가 챗GPT 방식으로 기능하는 자율형 AI를 소개했다. "결절에 대해서 종별 진단을 해봐" 라고 질문하자 AI는 "세 가지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화면에 자세한 답변이 쓰였다. 루닛은 결절 관련 내용은 AI에 학습시킨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의료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 가능한 '전신 MRI' 개발도 추진한다. 전신 MRI는 기존 영상진단 방식에 비해 높은 검출률과 낮은 위양성률을 보이고 있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다.
다만 지난해 매출이 138억6600만원인 만큼 실적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성장곡선을 그리는 데다 올해 주가는 500% 넘게 급등했으나, 시장에서는 루닛이 고평가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루닛은 여전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닛 측은 빅파마와 협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계획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범석 대표는 "흑자전환은 2025년으로 보고 있고, 현재 충분히 알 만한 빅파마들과 연구하고 있다"며 "3분기 재무제표에는 제약사들로부터 연구용 매출이 나올 것이고, 글로벌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에 루닛 스코프가 적용될 때 건당 페이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