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가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중국을 방문 중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8일 7년 만에 열린 미·중 상무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상업) 문제를 다룰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을 구성하는 데 중국과 합의했다.
이를 통해 양국의 수출 통제 시행에 대한 정보 교환을 하기로 했다. 첫 회의는 29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양국은 차관급 실무그룹을 구성, 통상 및 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씩 만나 회의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1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으로 판단한 중국 기업 및 단체 27곳을 '미검증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미검증 명단은 수출통제 블랙리스트 전 단계로 기업 제품의 최종 소비자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 청사에서 회담 중인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왼쪽 두 번째). [베이징=뉴스핌] |
이와 함께 일부 외신 사이에서는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 1년 유예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이 미국과 중국이 수출 통제 등 무역 갈등 전반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본격화하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관련 수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사실상 1년 유예 조치를 받은 상태다. 하지만 미·중의 실무그룹 회의 등에서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 해결', '정보 보호 강화 방안 마련' 등 일부 협의가 이뤄질 경우, 수출 규제 유예 조치가 향후에도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또 기한을 정해 놓지 않는 유예 조치의 무기한 연장까지 이뤄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미국의 수출 규제가 사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미·중 대화 플랫폼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국제 무역 갈등에서 벗어나 기존보다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운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기술 및 관련 장비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방안을 내놨다.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술을 중국으로 내보낼 경우 미국 상무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미·중의 노력으로 무역 갈등 해결이 가시화된다면 삼성과 SK 등은 투자 위축으로 인한 사업 경쟁력 타격 등의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 년간 혼란과 불안을 겪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안정화될 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화해 무드가 확대된다면 기한을 특정하지 않은 반도체 수출 규제 유예 등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삼성과 SK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 일부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기조가 차질 없이 이어질 지는 향후 이뤄질 회의 등을 통해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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