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증권가에 '라임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의 '특혜성 환매' 의혹 관련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포함한 판매사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돌입하면서다. 검찰도 금감원과 정보 공유를 통해 각종 의혹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금융위의 최고경영자(CEO) 최종 징계 결정이 임박한 증권사들과 라임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판매사 등 여의도 증권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등 '특혜성 환매'가 의심되는 판매사들에 대한 추가검사에 나선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9월 63개 개방형 펀드(만기 전에 환매 가능한 펀드) 중 31개 펀드에서 3069억원(223명)을 환매해줬는데 이중 4개 펀드에서 다른 펀드 자금(125억원) 또는 고유자금(4억5000만원)을 불법적으로 지원한 혐의가 발견됐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불법인 '펀드 돌려막기'에 해당된다.
금감원은 우선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특혜성 환매 의혹 검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만기불일치 형태로 불법 논란이 있었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검사가 진행중인데 여기에 라임펀드 의혹 관련 검사를 추가한 것이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을 앞두고 라임마티니4호 펀드 가입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하게 된 정황을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라임마티니4호 펀드 가입자 16명 전체에게 환매한 배경과 판단 근거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발생 이전에 라임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사전에 듣고 조치를 한 것인지, 라임을 압박해 환매를 진행한 것인지 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기자= 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신한카드의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론칭 행사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7.17 yym58@newspim.com |
금감원은 전날 NH투자증권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시작했다. 특혜성 환매 의혹이 불거진 4개 펀드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사들인 200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도 포함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대신증권도 특정 고객에 대한 환매를 논의했다는 녹취록이 한 언론에서 공개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대신증권 센터장이 라임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9년 10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찾아가 환매가 막힌 상황에서 특정 고객의 돈을 먼저 돌려줄 방안을 강구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대신증권은 "환매가 막힌 상황에서 판매사 측에서 고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 요청이었고, 라임자산운용은 단 한 푼도 대신증권 고객에게 라임 펀드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면서 "2019년 9월부터 환매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해당 녹취록은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과 여러 차례의 조사를 거쳐 관련 재판 증거로 제출되면서 공개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에서 진행중인 라임과 옵티머스 불완전 판매 관련 증권사 CEO의 최종 징계 결정이 임박하면서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말 제재심에서 KB증권·대신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게 중징계 등을 의결했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이르면 내달초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3월 3연임에 성공해 현재 6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전날 최종후보에서 제외됐다.
환매 중단 사태 발생 이후 추락한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 피해액 배상, 내부통제 강화 등 자정 노력을 해왔던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또 다시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른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련의 상황과 관련 "내부 통제에 인식도 전보다 높아졌고 관련 전문인력도 채용해 예방 체계를 갖추는 등 업계가 전진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펀드시장의 참여자인 운용사·판매사·투자자 3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행위에 대한 의사결정에 각자 책임지는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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