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4일 추모제와 교권회복을 위한 집회가 전국 시도에서 각각 열렸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도 1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교육부의 학교 관련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임시휴교를 단행하는 학교에 대해 징계하겠다는 교육부의 '강경' 노선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교육부 정문에 모인 교사들도 "교육부가 겁박하고 있다"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애초 예상보다 많은 교사가 연가나 병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중징계를 예고하며 학교 자체의 대량 휴업 사태는 피했지만, 교사들은 이 부총리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했다.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 전경/사진=김범주 기자 |
◆"교사 보호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겁박"
본인을 20년차 교사라고 소개한 A씨는 모두 발언을 통해 "어떻게 재량휴업을 써서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려는 학교장을 (교육부가) 겁박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교사를 독려하고 보호해야 할 교육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고 한다"며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교사들이 서이초에서 사망한 교사 49재인 이날을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학교와 신경전을 벌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교사들은 집단 연가, 병가 등을 사용해 추모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교육부는 '학교 현장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일부 학교는 이날은 재량휴일로 지정하기로 했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한 엄중 경고와 징계를 예고한 상황이다.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에 참석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범주 기자 |
이에 대해 A씨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정작 학교 문화는 민주적이지 않고, 교사 혼자 모두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학교 안에서) 일이 발생하면 결국은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데 마음 놓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1일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와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사는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등 단계별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생활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A씨는 "교육부는 '언 발에 오줌 누듯' 마음대로 정책을 만들어 냈고, 마치 이전에 만들었던 학교폭력 관련 정책처럼 또 다른 참담함을 부를 것인가"라며 "무책임하게 만들어내는 정책은 이제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에 참석한 교사와 학생들이 리본에 메시지를 담아 교육부 담장에 달고 있다./사진=김범주 기자 |
◆병가 내고 쉬고 있어도 편치 못한 학폭 교사
학교폭력 담당이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현재 휴직 중인 교사 B씨는 '경력이 낮은 교사가 복잡한 학교 폭력(학폭) 문제를 담당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B씨는 "학폭으로 민감해진 학부모는 책임교사에게 소리 지르기 일쑤이며, 폭언·욕설도 일삼는다"며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가를 냈다"고 본인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어 "내가 내려 놓은 업무를 누가 하는지 알아봤더니 경험이 낮은 저년차 교사가 맡고 있었다"며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학교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B씨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 또 다른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악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제발 교사들이 아프지 않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부 총리가 추모사하고 있다. 2023.09.04 leemario@newspim.com |
한편 이날 연차 및 병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징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철회 가능성을 열어뒀다.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에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사진=김범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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