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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을 필두로 국제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월가는 지적한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못했고, 2024년 말까지 10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점친다.
나스닥 지수가 2023년 초 이후 30% 가까이 뛴 데는 인공지능(AI) 테마주의 상승 열기 이외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결정 및 장단기 국채 수익률 등락 이외에 중립금리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미국 10년물 TIPS 수익률 추이 [자료=연준] |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잠재 성장률 수준의 확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론적인 영역에서 존재하는 중립금리는 개미들은 물론이고 평소 월가의 트레이더들조차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들어 중립금리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22년래 최고치로 오른 미국 기준금리의 향방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의회 청문회에서 중립금리에 관한 질의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2019년 이후 정책자들이 제시한 장기 정책 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은 2.5%에서 유지됐다. 이는 이전 8년간 수치인 3.5%에서 상당폭 떨어진 수치다.
최근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중립금리가 회자되는 것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중립금리가 기존의 판단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 월가는 8월25일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이에 대한 의견을 언급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JB위어의 샐리 얼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연준이 중립금리가 2.5%보다 높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2022년 이후 금리 인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연준이 2024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할 것이라는 판단은 틀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시화되면서 중립금리가 2.50%에서 형성된 공감대보다 높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면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치몬트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 총재는 "미국 경제가 금리 5.25%의 잠재력보다 강한 성장을 보일 경우 중립금리가 기존의 판단보다 높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립금리와 함께 실질금리의 가파른 상승도 주식시장의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10년물 TIPS(물가연계채권) 수익률은 2.0%에 근접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실질금리는 위험 자산의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최근 상승 흐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살만 아메드 글로벌 매크로 및 자산 배분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실질금리 상승은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며 "자산 가격에 충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이나 기존 채권의 차환 발행에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평가 부담이 높은 성장주 섹터의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부채 비율이 높은 종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내고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시장이 고금리의 장기화와 중립금리 및 실질금리 상승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IT 성장주를 중심으로 뉴욕증시가 매크로 측면의 충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락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