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자기소개서에 활용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면서 자소서의 변별력이나 평가 중요도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기업들은 별도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직접 챗GPT에 대외활동을 통한 기업의 지원동기를 요청했다. [사진=조수빈 기자 갈무리] |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을 필두로 하반기 채용 시장이 열린다. 삼성은 9월 초부터 주요 계열사의 정기 공채가 시작되며 SK그룹도 계열사별로 하반기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예측 가능한 상시 채용 원칙을 통해 분기별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LG그룹도 인공지능(AI), 전장, 배터리 분야 인재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류 전형은 면접까지 영향을 미치는 채용 절차의 첫 관문이다. 지난 7월 취업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준생 1420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중 챗GPT 활용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37%가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챗GPT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로는 '자소서 작성(54%)'이 가장 많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챗GPT를 활용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자가 실제로 챗GPT에 학부 활동을 바탕으로 지원동기를 요청했더니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지원동기 4가지를 1분 안에 내놨다. 제한된 시간 내에 다양한 기업의 채용을 준비해야 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주는 챗GPT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표절·변별력 문제 거르는 면접 영향 강해질 것"
그러나 챗GPT는 기업에는 허위사실 기재, 서류 전형에 대한 변별력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기존에도 자소서 첨삭, 대필 등으로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취준생들은 많았기에 챗GPT가 업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교육 현장에서도 동일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대학 입시를 앞두고 몇몇 학교가 AI 챗봇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조지아공대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AI 챗봇 활용을 허용했고 미시간대 로스쿨은 AI 활용을 전면 금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류 전형 이후에도 인적성검사, 면접 등 지원자를 검증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심층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4대 그룹 모두 자체적으로 생성형 AI를 걸러내기 위한 별도의 솔루션은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챗GPT가 채용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사팀에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면밀한 검토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 공통으로 전해졌다. 채용 절차 상에 구직자를 위한 챗GPT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도 아직은 없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구직자 다수가 챗GPT를 사용한다면 표절이나 유사성 측면에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구직자가 같은 역량을 보유하거나 스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챗GPT로 인해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챗GPT 활용을 검토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된다. 이미 채용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자소서나 면접 준비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막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람인은 지난 8월 AI 자소서 초안 생성 서비스를 내놓고 키워드 분석, 맞춤법, 분량 체크, 표절률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면접이나 적성 검사 등의 영향의 확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채용 플랫폼 관계자 역시 "문장 배열이나 어순 등을 추적해 챗GPT가 작성한 서류를 검토할 수 있는 솔루션이 시장에 있기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솔루션을 별도로 활용하는 것보다 대면으로 개인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기업과 구직자 모두 챗GPT는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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