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오피스텔 유치권을 행사하던 시공업자를 쫓아내고 건물을 점거하다 다시 뺏긴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건에서 먼저 점유를 침탈한 업체가 점유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자산관리업체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B씨는 충북 청주시 소재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공사를 맡았다가 29억5000만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2012년 10월 경부터 해당 오피스텔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했다.
그는 2019년 5월 23일 A업체 대표 C씨와 유치권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폭행을 당했고 C씨가 다음날에도 다시 찾아오자 위협을 느껴 같은 해 5월 25일 건물에서 나왔다.
그러나 B씨는 4일 후인 5월 29일 새벽 약 30명의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출입문을 따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A업체 직원들을 내보낸 뒤 다시 오피스텔을 점유했다.
A업체는 B씨가 건물에서 임의로 퇴거했다가 다시 침입해 점유를 침탈했다며 B씨를 상대로 오피스텔 건물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제204조에 따르면 점유자가 점유의 침탈을 당한 때에는 물건의 반환 및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1심은 "원고에게 적법한 유치의 의사나 효력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한 불법점유자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A업체가 B씨를 상대로 점유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원고가 먼저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인 피고의 점유를 침탈한 이상 피고의 점유회수행위가 원고에 대한 점유침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에 대해 점유회수청구를 할 수 없다"며 A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최종적으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다시 점유를 탈환한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건에 대해 먼저 점유를 침탈한 A업체가 B씨에 대해 점유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 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며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상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했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점유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학상(법학 이론상) 논의됐던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점유회수청구의 허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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