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용역 계약 시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대해 착오가 있고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착오가 없을 때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해 계약을 해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영등포구 측이 폐기물 처리 용역사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영등포구는 관할구역 내 배출되는 수도권 매립지 반입불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2008년 7월~2012년 2월까지 A, B 등과 각각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후 2013년 7월 해당 사업이 면세대상임을 알게 된 영등포구 측은 각 용역사에 부가가치세 상당액 환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각 사가 상당액만 반환하자 영등포구 측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용역사들은 영등포구 측의 과실로 이 사건 사업을 과세사업으로 오인하게 됐고, 이를 근거로 입찰금액을 정해 사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사업이 면세사업으로 밝혀지면서 매입세액 불공제 등으로 손해를 입게 됐고, 면세사업인 줄 알았다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매입세액 불공제 상당액을 비용으로 참작해 입찰가격을 정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1심은 영등포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들이 처음부터 면세사업임을 알았다면 입찰가격을 달리 정했을 가능성 등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들의 회계 원론적인 주장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들에게 지급한 부가가치세액과 피고들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환급받은 금액의 차액 전액을 피고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적어도 이 사건 사업과 구체적으로 관련돼 있는 매입세액이 특정돼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사가 주장한 5년의 공소시효가 도과 부분은 일부 받아들였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같은 내용으로 착오가 있고 이에 관한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해 계약을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일반적인 과세사업은 사업자가 용역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매출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수령한 다음 자신이 부담했던 매입세액을 공제한 차액만을 국가에 납부해 실질적으로 매입세액을 부담하지 않는다. 반면 면세사업은 매입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돼 그만큼 원가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건 용역과 관련된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하에 각 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들이 원고가 지급한 부가가치세 전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해 부당이득반환범위 및 부가가치세법상 세액 납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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