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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다 된 '인플레 파이팅'에 재 뿌릴라

기사등록 : 2023-09-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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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랠리 지속되면 근원 CPI 밀어 올릴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마침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유가가 다시 빠르게 고개를 들면서 인플레 파이팅 효과가 사라져버릴 것이란 월가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연준은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나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CPI)' 추이를 통화정책 판단의 기본으로 삼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 추이는 전반적인 인플레 완화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저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고유가 불안 확산 중인 시장

최근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발표를 전후로 상승 흐름을 지속하며 금융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가격은 이번 주 각각 86달러, 9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현지시각) 유가가 소폭 후퇴하긴 했으나 이날까지 WTI는 9거래일,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채권과 외환 시장 전반에 파장이 초래됐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연준의 긴축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에 채권 금리가 치솟았고, 이는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고유가 및 연준 긴축 장기화 전망과 맞물려 달러화는 6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주도하는 감산 움직임이 유가를 당분간은 위로 밀어 올릴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이 세계 석유시장을 타이트하게 하게 하고 있다"며 "결국 유가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진단했고, UBS는 "감산 연장으로 올 4분기에는 하루 150만배럴가량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 물가·연준 자극할라

유가 상승 흐름이 길어질 경우 연준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인플레 파이팅에도 차질이 생겨 긴축 종료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마켓워치는 유가가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CPI 지표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 유가 랠리를 투자자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데이터트랙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과 근원 CPI 간 상관관계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 지난 2020년 이후 해당 상관관계 지수는 0.62로 장기 평균인 0.31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당 지표가 1이 되면 에너지 가격과 근원 CPI가 완벽히 함께 움직인다는 뜻이다.

데이터트랙 공동 창립자 니콜라스 콜라스는 투자자 노트에서 "최근 데이터는 에너지 가격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이후로 근원 인플레이션 가격에 그 어느때보다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따라서 유가 상승은 연준과 자본 시장이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이슈"라고 강조했다.

美 근원 CPI 상승세 추이 [사진=미노동부/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재인용] 2023.09.08 kwonjiun@newspim.com

지난 7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7% 올라는데, 이는 직전월의 4.8%과 변함없을 것이란 월가 전망보다 낮아진 결과이자 근 2년만에 최저치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6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을 기록, 6월의 3.0%보다 오르며 13개월 만에 첫 물가 가속을 기록했으나 3.3% 오를 것으로 예상한 월가 전망을 밑돈 점에 시장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러한 CPI 발표 후 선물 시장은 9월 동결 가능성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긴축에 마침표를 언제 찍을지를 두고서는 연준 관계자들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나올 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고유가가 CPI 가속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내러티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잭스 투자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언 멀버리는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대체로 주거나 에너지, 식품 비용으로 이들은 더 끈적거리는 요인들로 다시 오르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나올 물가가 더 고집스러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넥스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도 "근원 인플레가 내려오고 있으나 주목할 것은 세부사항"이라면서 지난달 휘발유 가격이 3% 올랐고, 식료품 가격도 더 오를 전망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다"면서 "적절한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원 PCE 물가지수가 지난해 2월 5.4%로 정점을 찍고 지난달 4.3%로 둔화했으며, 특히 6월과 7월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불과 두 달의 데이터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하기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13일 발표될 미국 8월 CPI와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등을 계속해서 주목할 예정이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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