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대학생 김모(24)씨는 연 환산 수익률이 20%를 넘어간다는 공시정보를 보고 미술품 투자 서비스 '아트투게더'에 접속했다. 하지만 2018년 말에 모집완료된 미스터브레인워시(Mr.Brainwash)의 작품 'Love Is The Answer'가 아직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매각 시점과 자산 가치 평가 기관 여부도 등 기본적인 투자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소액 재테크의 일종으로 명품 조각투자 서비스 '트레저러'를 이용하는 주부 이모(34)씨는 체감상 느끼는 투자 수익률과 공시된 수익률과 괴리감을 느꼈다.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수익이 발생한 자산만을 계산했다는 점과 상당수 자산들의 시세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조각투자업체의 주먹구구식 수익률 공개에 실망했다.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임박한 가운데 조각투자업계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 공시가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조각투자가 '투자'라 보기엔 공시 정보가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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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조각투자 업체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공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과 채권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해당 투자 상품의 시세를 최신화해 공개한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에 신속하게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투자자 보호의 주요 요건으로 제시한다.
◆ 매각전 자산가격 시세 공개 안돼
하지만 일부 조각투자 업체들은 해당 조건을 미충족했다. 예를 들어, 미술품을 주요 자산으로 삼는 아트투게더의 경우 매각되지 않은 작품의 시세를 공시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하려는 자산의 시세 등락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 조각투자업체인 소투와 카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도 임대료에 따른 월 배당과 운용 수익 배당에 관한 보고서는 주기적으로 올라왔지만, 계속 변하는 부동산 가격에 관한 정보는 게시된 것이 없다.
수익률 자체에 대한 '뻥튀기' 논란도 일었다. 금융투자업계 공시제도의 선결 조건 중 하나는 정보의 정확성이다. 이는 허위 정보나 불확실한 정보가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혼란을 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조각투자업체 중 수익률 과대평가 여지가 있는 업체들이 다수 있었다. 매각 차익이 발생한 자산들의 수익률만을 취합해서 투자자 체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이 산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트투게더가 운용한 자산의 매각 비율은 지난 8월 초 기준 23%에 불과했다. 또 트레저러가 공시한 연환산 수익률은 45.2%인데, 현재 시세 기준으로 보면 시계와 와인 자산의 평균은 각 9.76%와 5.27% 떨어졌다.
특정 자산이 평균 수치를 과도하게 높인 경우도 있었다. 아트투게더가 공식 홈페이지에 공시한 연환산 수익률은 155.2%인데, 이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작품의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1000%, 500%에 육박하는 소위 '초대박' 작품 한두 개가 전체 평균 수치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자산 가치를 평가할 객관적인 지표나 기관의 공지에 대한 내용도 공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투자라 보는 것도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훈 법무법인 차앤권 변호사는 "증권 발행이란 것 자체가 공개모집이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 보호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증권신고서가 몇 군데 업체에서 제출된 상황이라서 당국의 판단 영역으로 들어갔지만 아직도 자본시장 학계에서는 조각투자를 과연 '투자'라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자산 가치 평가의 객관성 결여가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부실 정보 공시는 조각투자 예외 규정 탓
조각투자업체의 부실한 정보 공개는 현행 자본시장법의 예외 규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 제4조 1항과 2항에는 증권성 상품의 의무사항에 대한 예외 규정을 뒀는데, 그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증권이 투자계약증권이다.
조각투자업체가 유통하는 증권성 상품들은 투자계약증권의 성격을 띤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 공시나 투자자 보호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현재 자본시장법상 예외 규정 탓이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그런 업체의 자산 가치 측정과 정보 공시는 불투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