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신도경 기자 =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두고 무신사가 직장어린이집 설치 관련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함께 불똥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무신사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신사옥 내 사내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철회한 무신사에 대해 재검토를 권고했고, 이후 무신사는 사과문과 함께 곧바로 위탁보육지원을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내놨다.
무신사의 사내어린이집 계획 철회 논란은 최영준 무신사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임직원에게 직장어린이집 설치 비용보다 벌금을 내는 게 더 저렴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불거졌다.
무신사가 사내 어린이집을 지으려고 했던 서울 성수동 소재 신사옥 건물 조감도.[사진=무신사] |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직원 복지를 '비용'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한 CFO의 발언이 논란이 됐고, 결국 정부가 나서 재검토를 권고했다.
이에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 11일 사과문을 내고 "회사 경영진을 대신해서 불필요한 우려를 만든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오는 18일부터 즉시 위탁 보육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직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여성 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주변 어린이집과 위탁보육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1년에 2회,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무신사가 '당장' 위탁보육지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복지부의 올해 실태조사는 이미 지난 5월에 끝났고, 미이행 기업의 명단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신사가 곧바로 행동에 나선 건 최 CFO의 발언이 '이행강제금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미이행 명단에 포함돼 벌금을 내야 하는 나머지 기업들도 덩달아 눈치를 보게됐다. 복지부는 매년 1~5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미이행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올해는 총 27곳이 미이행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여기엔 유통기업도 다수 포함된다.
무신사처럼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이행 대상이 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물류센터 소재지로 명단에 들어간 쿠팡 등이다. '국감 단골손님'인 코스트코코리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름을 올렸다.
작년 말 기준 컬리의 상시 근로자 수는 1571명, 이 중 여성은 657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컬리도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생겼다. 하지만 임직원 평균연령이 낮아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쿠팡의 경우 본사가 소재한 서울 송파구 인근에서는 사내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어 그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외 적용되던 물류센터가 올해부터는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쿠팡은 거주지와의 거리가 멀어 직장 어린이집 운영에 제약이 있는 일부 물류센터의 경우, 임직원들이 거주지 인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무신사 논란을 계기로 이행강제금을 올리거나 추가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법령의 이행강제금에 비해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높일 계획은 없다"며 "다만 이행강제금이 낮아서 안 해버리고 마는 경우에 대해 제재하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