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건개요
피고는 항만공사법에 의하여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약 179명을 고용하여 항만 관리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1. 8. 19. 피고회사에 입사하여 2017. 12. 6.부터 자회사에 파견되어 근무해온 대표이사로, 해양수산부가 2018. 4. 4.부터 2018. 4. 6.까지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정관에 위반한 사무실 임차비 집행 및 직원채용 비리 등으로 2018. 12. 27. 정직 1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사진=중앙노동위원회] |
이에 원고는 회사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2019. 1. 3.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으나 원고는 2018. 12. 31. 정년퇴직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정직 1개월을 다툴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자,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을 한 것이 본 사건이다.
Ⅱ. 판정요지
피고회사는 ① 해양수산부로부터 2018. 6. 12. 특별감사를 받았으며, 직원을 채용하면서 임의로 가점을 부여하여 최종합격자를 변경하고 사무실 임차비 집행 및 직원 채용 시 부적정한 서류 제출을 접수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받은 점, ② 피고는 2018. 12. 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근로자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원고)의 재심 요구에 따라 2019. 1. 31.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으나 새로운 사실이나 특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유지하는 결정을 한 점, ③ 원고는 2018. 12. 31. 정년으로 퇴직하였으며 징계 등으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지급받기 위한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으로 해결될 수 있으므로 노동위원회에서는 더 이상 구제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어 구제이익은 소멸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는 2018. 12. 31.에 정년퇴직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정직 1개월을 다툴 구제이익이 없다.
Ⅲ. 평석
1. 본 사건의 쟁점 및 의의
본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가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이 도래한 경우에도 정직기간 동안 받지 못하였거나 감액당한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부당정직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는지 여부이다.
노동위원회는 종전까지 근로계약 종료와 구제이익(소의 이익)과의 관계에 대해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복귀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각하의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전원합의체는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에 정년 등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하여 원직복귀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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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곧바로 입법으로 반영되어, 2021. 5. 18. 근기법 제30조 제4항이 신설되었는데, 동 조항이 본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의 여부가 최대의 쟁점이 되었다. 참고로 본 사건에 대해 지노위와 중노위는 동 규정의 적용(구제이익)을 부인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견해는 둘로 갈렸다. 즉 제1심(대전지법 2020. 8. 26 선고)과 제2심(대전고법 2021. 6. 18. 선고)은 본 사건에 대한 구제이익을 인정했으나, 대법원(2022. 7. 14. 선고)은 반대로 이를 부인하여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2. 구제이익 존부 여부
⑴ 종전 판례의 입장과 근기법 제30조 제4항의 신설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 종전의 판례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받은 근로자가 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한 후에 근로관계가 종료된 사안에 대해 근로자가 제기한 소를 각하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당해고구제신청 제도의 실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기간제근로자의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짧아 사실상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통하여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위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위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고 나서 곧바로 근기법 제30조 제4항을 신설하여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해고 이외의 경우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해고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에 대한 구제이익이 있으므로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했다.
⑵ 본 사안에 대한 구제이익의 입장차
본 사안에서 최대의 쟁점은 근기법 제30조 제4항의 사정거리가 근로계약관계 종료 이후에 제기된 부당해고구제신청에도 미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대법원과 제1·2심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우선 노동위원회 및 대법원(파기환송)은 본 사안 경우에는 정년퇴직으로 인하여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의 보호범위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재직기간 중의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제이익을 부정했다.
이에 비해 제1·2심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부당해고 구제명령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위의 대법원전원합의체의 판례 법리는 이미 정년에 달하여 퇴직한 근로자가 종전의 부당정직으로 정직기간 동안 받지 못하였거나 감액당한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부당정직 구제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여, 본 사안에 대한 구제이익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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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검토의견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근로계약관계 종료 이후에 제기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에 대한 구제이익의 유무에 대해서는 견해가 극명하게 대립된다. 이에 대해서는 상기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및 근기법 제30조 제4항이 신설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근로계약관계 종료 이후에 제기된 모든 구제신청에 대해 포괄적으로 구제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기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계약관계 종료 직후에 제기된 구제신청에 대해서는 구제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이럴 경우에 구제신청을 남용할 우려도 예상되나, 본 사안과 같이 제척기간(3개월) 내에 신청한 경우에는 동 제도가 남용될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기간제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구제신청기간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간인 3개월이 아니라 잔존 근로기간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근기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까.
글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슬기로은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내용을 연재하고 있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