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교사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 등을 반복적으로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는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B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교사 C씨는 2021년 4월 20일 초등학교 2학년 학생 D가 수업시간에 물병으로 장난을 치며 시끄럽게 하자 주의를 줬다. 이후에도 D가 같은 행동을 반복했고, 결국 물병을 뺏은 뒤 칠판 레드카드 란에 D의 이름표를 붙이고 방과 후에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14분간 쓸게 했다.
A씨 부부는 자녀의 하교 직후 학교에 찾아와 교감과 상담을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1일부터 23일까지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고 교감에게 C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교실로 찾아가 C씨에게 직접 항의까지 했다.
A씨 부부의 항의 이후 C씨는 갑작스런 기억상실 증세 등을 겪어 응급실에 입원했고 병가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자녀에게 녹음장치를 휴대해 등교시키고 수업 중에 학교에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면서 등교를 거부했다. 23일에는 교장과 교감을 다시 찾아가 '방과 후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체벌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A씨 부부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와 D의 결석이 이어졌고 C씨는 불안과 우울증세로 병가를 냈다. 이 기간 중 A씨 부부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이에 대해 교육청에서 허용하지 않는 상벌점제를 사실상 실시한 것이라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제반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취지로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C씨는 7월 6일 A씨가 2회에 걸쳐 등교거부를 하면서 부당하게 담임 교체를 요구해 자신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교육권 상실이 심히 우려된다는 이유로 학교에 '교육활동 침해사안 신고서'를 제출했다. B초교 교권보호위원회는 A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 행위로 판단,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는 조치를 결과를 통보했다.
이후 A씨는 7월 28일 전라북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며, 위원회는 C씨가 벌점제를 운영하고 벌점을 받은 학생에게 방과 후 청소를 시켜 인격권과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교육감과 학교 측에 일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A씨는 B초교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학부모인 원고는 담임교사의 교육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등교 거부를 하거나 교장에게 수업장학을 요구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고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B초교 교권보호위원회가 C씨 측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 부족하다"며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해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노동까지 부과한 것이라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 행위임이 분명해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돼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에 관한 학부모의 의견 제시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원고의 간섭대상 행위가 레드카드 벌점제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 조치의 발령경위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간섭대상 행위는 학급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라며 "원고는 레드카드 제도의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담임 교체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라는 의견 제시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에서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가 교육 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인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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