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탈북민 강제 북송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국제적 이목이 중국에 집중된 지금이 강제송환을 저지할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탈북민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 의원은 북한에서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는 아동들을 일컫는 '꽃제비' 출신이다.
10대 시절 사고로 왼쪽 팔다리를 잃은 그는 지난 2006년 목발을 짚은 채 두만강을 건넜고, 중국과 제3국을 거쳐 1만km의 거리를 걸어 한국에 귀순했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2023.09.20 leehs@newspim.com |
◆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임박 관측…"정기국회 내 결의안 추진할 것"
지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통제됐던 북한의 국경이 공식 개방되면서, 중국 내 억류된 탈북민 2600여 명의 송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 의원은 지난 12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그간 북송되지 못하고 중국에 억류 중이던 탈북민들의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탈북민 대규모 강제 북송은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참사이자,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 부각했다.
앞서 지 의원은 지난 8월 31일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 정상회의에서도 베이징의 탈북민 처우 및 강제 북송 문제에 관해 연설한 바 있다.
그는 IPAC 28개 회원국에 효력을 가지는 공동선언문 이행결의안에 중국 내 억류 중인 탈북민의 북송을 저지하는 내용을 담았고, 최종 심의를 통과시키는 성과를 냈다.
지 의원은 인터뷰에서 연설 당시를 회고하며 "절박한 건 나였다. 30개국의 의원들을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의안에 의원단 모임 한 명이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 하는 내용이 있으면 심의 통과가 안 될 수도 있으니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안의 시급함도 있고, 탈북민 인권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무릎을 꿇고서라도 호소하려 했다"며 "그런데 연설하면서 제 진심이 묻어져 나왔는지 연설을 듣던 각국 의원들이 함께 울먹거리며 공감해 줬다"고 뿌듯하게 웃었다.
이어 "여러 국가에서 초청이 들어왔다. 캐나다에서도 초청을 받았고, 영국에선 수상을 만날 수 있게끔 하겠다고 권유를 주셨고, 필리핀, 대만 등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다"며 "체코 하원 의장도 관심을 가졌고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이번 IPAC 결의문 통과에 관해 "매해마다 총회를 하는 IPAC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고, 각국의 행정부와 의원들을 움직여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 IPAC 총회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이행 결과를 보고한다고 했다"며 "우리는 비록 회원국이 아니지만 계속 이 문제가 이야기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탈북민의 북송 저지 문제는 지난 20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도 반영된 바 있다.
윤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현재 중국에 억류돼 있는 26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에 처했다. 대규모의 참혹한 인권탄압이 우려된다"며 "이들이 석방되어 대한민국 및 제3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아시안게임 전이 골든타임인 만큼 (탈북민 지원은) 지금 빨리 도와주는 게 중요한데, 제가 금식이라도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간절했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께 울먹거리며 호소를 드렸는데,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연설에서 언급해주셨다"며 "오늘이 저에겐 역사적 날이다. 탈북민 출신이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300명의 의원들 앞 공식적인 연설문에 북한 인권 문제가 나오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게 제겐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연설하실 때 진짜 울었다. 저절로 눈물이 나 울컥해서 닦고 있으니 동료 의원들이 '지성호 화이팅', '지성호 힘내라' 등 응원을 외쳐주셨고 저 혼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고도 덧붙였다.
지 의원에 따르면 향후 정기국회에서도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관련한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고, 당과 이야기도 하고 있다"면서 "결의안 채택이 되길 바라고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민의 대표라면 거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 의원은 "이번 기회에 말로만 인권, 권리를 논하는지 아니면 진짜로 책임 있는 지위, 책임 있는 뿌리를 갖고 인권을 중시하는 정당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정당에서도 반대하지 말고 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2023.09.20 leehs@newspim.com |
◆ 북러 정상회담 개최…"체제 유지 어려운 북한 갈 데까지 갔다고 봐"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관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다른 국제 제재를 위반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정부 차원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 창설을 주도한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지 의원은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정권끼리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차라리 중국과 밀착했다면 어땠을까 싶다"면서 "(전쟁으로) 지금 전세계에서 러시아를 좋아하는 나라가 손에 꼽는데, 독재자들끼리의 만남을 이렇게 전세계에 보여주는 건 좋은 모습도 아닐 뿐더러 북한이 어려움에 처해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이번 만남으로 북한이 민생과 동떨어진, 정확히 말하면 핵잠수함 기술이나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우주개발의 시대를 열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며 "그걸로 국방도 강화시키고 수출하려는 의지 표명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러시아에서 북한 정권에게 주려는 공격형 드론 같은 것은 그 자체가 대북제재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중국도 어떤 명분을 만들어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가 미국, 일본 등과 협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고 부각했다.
현 정부의 대북 외교 정책에 관해서는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이야기했다"라며 "안보를 둘러싼 외교정책, 경제를 둘러싼 외교정책 두 가지 모두 다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통일부의 탈북민 지원 정책에 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지 의원은 "탈북민 지원이 국정과제로 올라가 있지만 통일부가 속도를 더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사업에는 탈북민 정착지원도 있지만 하나원, 지방자치단체와 통일부가 어떻게 함께 연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탈북민의 실제 상황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통일부로 공유돼야 하는데, 그를 위해선 지자체장과 탈북민 간의 만남 등이 추진되며 그들의 어려움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지역만의 특성에 맞는 조례 구축을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지자체와 하나센터가 실질적 지원의 가교 역할을 한다면 탈북민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중앙부처 차원의 역할을 하면서 심리적 기둥이 되어 주고, 지역시스템에 탈북민들이 녹아들 수 있게 더 깊이 보며 박람회나 단합 모임 같은 일련의 행사도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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