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등 격랑에 빠진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이 집중 공략해 온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명분이 사라지게 되면 내년 총선을 대비한 다른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0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09.21 leehs@newspim.com |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총 득표수 295표 중 가결 149표, 부결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결과다.
민주당이 뜻밖의 사태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민의힘 역시 이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회가 이재명 대표의 늪에 빠져 국가 경제나 민생을 도외시한 부분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도 판단한 것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투표 전날 있었던 이 대표의 SNS 부결 호소가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인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한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리고 방탄 정당의 길로 들어선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민주당 의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민주당 내에서 가결표를 던진 사람을 색출해 정치 생명을 끊어버리겠다는 겁박도 나오는 등 비민주적 행위들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는데 이에 반발한 의원들이 사실상 반란 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07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09.20 leehs@newspim.com |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옥중 공천'이 아닌 이상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이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없게 된다.
혼란에 빠진 민주당이 새로운 체제를 맞이하며 오히려 결집하고 쇄신에 성공할 경우 여당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역시 "이 대표가 공공의 적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면서 오히려 이 대표 체제가 국민의힘이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나았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표가 분열됐다고 당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없으면 처음에야 네 탓 공방이 펼쳐지고 분열되겠지만 결국 새로운 비대위원장이든 누군가 등장해 당을 추스리면 결국 더 결속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을 앞두고 당을 승리로 이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 당에 있어서 총선을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더 크게 변화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당 개혁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공천 개혁을 통해 정당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도 필요하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느냐가 향후 총선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선 김부겸 전 총리가 무너진 더불어민주당호의 새로운 선장이 되는 것이 국민의힘에 가장 위협적인 상황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신망있는 진보 중도성향의 인사가 대표로 나선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같은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내년 총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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