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6일 북한은 재래식 디젤엔진 잠수함을 개조해 전술핵 탄도탄 잠수함을 공개했다. 형태로 봐서는 소련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했다. 크고 작은 발사관 10개를 장착했다. '북극성'(잠수함 발사 탄도탄)과 '화살'(순항미사일) 발사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1957년 소련에서 처음 생산됐다. 1963년 중국에 잠수함 기술이 전수됐다. 중국은 1984년까지 중국산을 만들고 수출했다. 북한에는 1973년부터 1975년까지 7척이 수출됐다. 북한은 추가적으로 13척을 더 자체 건조해 모두 20척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300m 수심까지 잠행할 수 있으며 40초 만에 바다 밑으로 숨을 수 있다. 어뢰는 물론 기뢰(바다에 설치하는 폭발물)를 설치해 해상 교통로를 방해할 수 있다. 더구나 동해는 평균 1700m로 수심이 깊고 온도경계층(thermal layer)이 있어 '잠수함 천국'이라고 한다. 동해처럼 수심이 깊고 온도경계층이 많으면 소나(음파 탐지기) 정확도가 떨어져 잠수함을 잡기가 힘들다. 이러한 여건에서 북한의 잠수함이 활동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
◆미·영 지원 속 호주 핵잠 8척 확보 계획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는 폭뢰를 투하하거나 어뢰를 발사한다. 잠수함과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어뢰는 가장 두려운 위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잠수함을 통해 잠수함을 잡는다. 조용히 바다 밑에 숨어 있다가 이동하는 적 잠수함을 격침할 수 있다.
북한 탄도탄 잠수함 위협에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보유해야 한다. 북한보다 조용하고 빠르며 오래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재협상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잠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향후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핵잠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미국과 호주, 영국이 추진하고 있는 오커스(AUKUS)를 보면서 '호주는 되고 왜 한국은 안 되나'라고 묻고 있다.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을 만들어 주겠다고 확약했다. 한국의 핵잠 추진 개념과는 다소 다르다. 한국은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호주는 미·영이 만들어 주는 핵잠이며 핵무기는 없는 잠수함을 운용한다. 호주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8척의 핵잠을 확보할 계획이다. 약 300~400조원을 투자한다.
◆핵잠 확보 전까지 '최신 대잠 능력' 갖춰야
한국이 북한의 탄도탄 잠수함 위협에 대비하는 방안을 결정하는데 고려 요소는 한미원자력협정의 재협상이다. 호주처럼 300~400조원 예산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화급한 문제는 시간이다.
북한은 성능이 개량된 로미오급 탄도탄 잠수함을 더 만들어야 작전 운용을 할 수 있다. 최소 2~3척이 더 있어야 하고 3~4년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잠을 보유하는데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지금 당장 시작해도 핵잠을 확보하는데 10년이 소요된다. 6~7년의 안보 공백이 생기게 된다. 북한의 탄도탄 잠수함 위협을 6~7년은 이겨내야 한다.
북한 탄도탄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핵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핵잠 개발 전까지는 북한 탄도탄 잠수함 안보공백을 막기 위해 최신예 대잠 능력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능력과 함께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대잠 공조 능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한미일 3국의 대잠 능력 증진은 물론 한국의 핵잠 확보를 위한 신뢰의 바탕이 된다. 우방과의 음향 정보 공유와 무인 수상·수중 대잠정 개발, 인공지능(AI)에 의한 대잠전, 한국군 잠수함 요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고 소홀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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