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해고 통보에 반발하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고 다소 과격한 표현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회사 대표이사인 A씨는 2021년 2월 1일 오후 11시경부터 다음날 오전 9시30경까지 직원 B씨에게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하면서 9회에 걸쳐 욕설 또는 위협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전화를 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해고 통보를 위해 B씨와 함께 거주하던 회사 숙소에 찾아갔는데 B씨가 반발하자 말다툼을 하던 중 당장 나가라고 압박하다가 결국 야간에 회사 밖으로 나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B씨에게 '확실하게 밟아줄게' '조용히 사라져라'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등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B씨와 통화하면서 '망신 한 번 당할래' '쓰레기 같은 XX' 등 욕설을 하거나 위협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같은 해 2월 9일 오전 11시 경 자신의 회사 출입을 막는 B씨를 밀쳐 폭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피해자를 위협하는 내용으로 그 자체로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9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 정보통신망법 74조 1항 3호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2회 전화 통화의 전체적인 내용 및 취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타이르면서 해고 통지의 수용과 그에 따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피해자가 해고 통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고수하자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격분해 대표이사 지위에서 해고 의사를 명확히 고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충동적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7개 메시지에 대해서도 "내용 및 시간적 간격에 비춰 약 3시간 동안 3개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일련의 반복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내용은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며 "해고 방식의 고용관계 종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 혹은 이에 관한 협의 과정의 급박하고 격앙된 형태 내지 전개라고 볼 수 있을 뿐 피해자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형법상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1·2심과 마찬가지로 폭행죄는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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