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전 세계 국채 금리가 계속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6년간 최고치로 치솟았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역시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높은 금리 수준도 오래 갈 것이라는 기대가 채권 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4.89%를 기록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 역시 4.78%를 가리켜 16년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고 정책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도 5.134%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21일 기록한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 5.202%에 바짝 다가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 금리가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은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고, 오랫동안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미국 채권 전략 책임자는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갈 것을 가격에 재반영하는 것이 (가격) 움직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공급과 장기적으로는 유가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가 지난번 회의 때와 같은 모습이라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가격에 반영 중이다. 이들은 연준이 내년 연준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보고 있다.
국채 금리는 미국의 채용 공고가 월가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미 노동부는 8월 구인 건수가 전달 대비 69만 건 증가한 961만 건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타이트한 고용시장은 아직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근거를 더한다.
기술적인 요소도 국채 금리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10년물 기준 4.5%와 5.0% 사이에 뚜렷한 저항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버그 책임자는 "기술적으로 10년물의 4.5%와 5.0% 사이에는 에어포켓이 존재하고 시장은 이 지점에서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것이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대가들은 이미 미 10년물 금리가 5%를 넘길 것을 경고해 왔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설립자는 이날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10년물 금리가 5% 부근이나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10년물 금리가 최소 5%를 뚫고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상황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30년물 금리는 이날 3.198%로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같은 만기 이탈리아 국채 역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5.37%로 올랐다. 영국의 30년물 길트(영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5%를 넘어섰다가 이날 4.99% 선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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