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핵무력 강화 방침을 헌법에 명시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핵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중일러 등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세 번째로 쏘겠다고 공언한 10월에 접어들면서 관련국들이 북러 군사협력 가시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3차 정찰위성을 발사할 시기로는 노동당 창건일인 오는 10일 전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2023년 6월 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인 5월 31일 새벽 발사해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북한은 지난 8월 24일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인정하면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한 후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 첫 발사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85일 만에 2차 시도에 나섰으나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은 1차 발사의 경우 2단 엔진 불량을 실패 원인으로 공개했지만 2차 발사에서는 2단 엔진까지 성공적으로 점화, 분리됐는데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를 뜻하는 '비행 종단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며 비교적 간단한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임을 시사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두 차례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북한으로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추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3차 발사에 나설 것이라며 당 창건일 이전에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 위원은 "천리마 1호 발사 실패 모습이, 이미 4월 정도에 발사하겠다고 한 게 지금 6개월이 거의 다 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 김정은의 말 자체가 굉장히 절대적이고 북한이 스스로 올해 안에 쏘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하건 성공하지 않건 간에 북한 입장에선 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와의 위성 개발 협력이 3차 발사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무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이 13일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 앉아 미소짓고 있다. 2023.09.14 wonjc6@newspim.com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북한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위성 분야에서 실현 가능한 북러 협력으로는 러시아의 우주발사체 제공, 북한 발사체 '천리마-1형' 개발 지원, 위성 본체 지원, 고급 시험설비 지원, 기존 정찰위성 공유 등이 거론된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김진무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력 의사를 밝힌 만큼 북한으로선 조악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위성을 첨단화하고 선진 위성 발사 로켓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3차 발사 시점을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8월 24일 공언했던 날짜는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 날짜 그 자체는 의미가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위성 발사 관련 북러 협력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서 위성 발사 날짜가 결정되는 게 아니겠느냐 또 다른 가정을 세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북러가 정상회담 등을 통해 사실상 군사 협력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첨단 정찰위성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되는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러시아 외교당국은 러시아 정부 당국자의 방한 일정을 조율중이다.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정찰위성 등 북러 군사 협력 문제를 놓고 한러 간 외교 공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 안드레이 루덴코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애초 지난주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한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루덴코 차관의 방한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이며, 지난 6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달 중 평양을 방문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기간 중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지난달 열린 북러 정상회담 관련 후속조치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래식 무기와 탄약 확보가 절실한 러시아가 북한과 일정 수준의 군사 협력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대북 전략무기 체계나 기술 지원에 대해선 강하게 경고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위원은 "고해상도 위성은 지상에 안면 식별이 가능할 정도이고 한국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러한 정도를 만약에 넘어주게 되면 한국과 미국이 이것을 전략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욱 연구위원은 러시아 인사의 한국 방문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이 국제규범을 어기지 않고 한국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로선 북러 간 군사 협력의 부당성과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경고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중요한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비롯해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국가정보원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연합훈련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할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으로선 대미 공동전선 차원에서 북러와의 연대가 필요하면서도, 북중러 연대가 자칫 유럽과의 관계 악화,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일 수 없는 이중적인 입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몰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선에선 북러 간 북한이 탄약을 제공하는 데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 같은데 북러 간 협력이 그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서 한미일을 자극하는 수준으로 가지 않는 선에서 시진핑이 푸틴하고 이야기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초청해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방침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연내 서울에서의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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