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미사일 도발을 멈췄다.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지난달 13일 평양 순안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쏜 이후 23일째 발사를 중단한 것이다.
[아무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이 13일 오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설 투어를 하고 있다. 2023.09.13 wonjc6@newspim.com |
올 들어 24차례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핵 어뢰 등을 발사하거나 테스트해온 북한이 3주 넘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들여온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상황에서 인접한 북한이 도발을 한다는 건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러 정상회담과 군사밀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을 자극하는 도발행위는 김정은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 움직임에 대해 "두 국가 사이의 일"(9월 12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라며 선을 그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러 양측이 전례 없이 긴밀한 군사·외교적 의기투합을 하는 상황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기간에도 도발 행보를 벌이기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내건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 관련 행사인데다 중국 외교부가 110개국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힌 규모 있는 행사란 점에서다.
여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한다.
2018년 3월 27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오찬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부동반으로 차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문제는 김정은이 10월 중 발사를 공언한 군사정찰위성을 언제, 어떻게 쏘아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찰위성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온 김정은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례적으로 '10월 재발사'를 밝힌 상황이라 이를 미룰 경우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특히 지난달 1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개최하는 등의 상징적 조치를 통해 러시아로부터의 기술지원까지 약속 받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8주년 기념일에 맞춰 정찰위성 시험발사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폐막하고 중순으로 예정된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시작하기 전 틈을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러 정상이 북한 위성발사 기술지원에 합의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공 발사'를 담보할 수준의 완성도에 도달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이 지난 6월 1일 공개한 하루 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장면. 3단 추진체의 머리 부분이 뭉툭한 위성탑재 부위가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경우에 따라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는 한반도 주변 정치일정과 환경요인이 장기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10월 중 발사를 예고한 정찰위성의 경우도 좀 더 적합한 시기에 맞추기 위해 일정 기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이 기간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무기·포탄 지원 본격화 ▲중국 시진핑과의 소통 강화 ▲반미 연대를 위한 북중러 삼각공조 구축 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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