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자동차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의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현대 커미션: 엘 아나추이' 전을 10일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에 따라 진행되는 전시 프로젝트다. 테이트 모던의 대규모 전시장 터바인 홀에서 매년 새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 커미션: 엘 아나추이: Behind the Red Moon> 전시 전경 [사진= Hyundai Commission: El Anatsui: Behind the Red Moon, Installation View, Photo ©Tate] 2023.10.10 dedanhi@newspim.com |
현대 커미션의 여덟 번째 작가는 엘 아나추이로 1944년 가나에서 태어나 나이지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다. 엘 아나추이는 목재나 세라믹 등 주변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용해 조각의 재료와 형태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병뚜껑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조각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방대한 인류 역사의 확장과 자연 세계의 본질적 힘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대서양 노예무역 시기 일어난 재화와 인구의 이동, 그리고 이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았다.
총 세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수 천개의 금속 병뚜껑과 파편들을 직물처럼 꿰매어 만든 세 점의 거대하고 추상적인 조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첫 번째 작품 '더 레드 문'은 바람에 휘날리는 장엄한 돛의 모습으로 대서양을 건너는 여정의 시작을 상징하며, 두 번째 작품 '더 월드'는 병뚜껑 끈을 엮어 만든 그물 같은 소재를 여러 겹으로 사용해 불안정한 상태에 고착된 인간 형상들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특정 지점에서 바라보면 흩어져 있던 형상들이 둥근 지구의 형태로 합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더 월'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검정색의 금속 조각으로, 조각의 최하단에는 병뚜껑을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형태로 엮어 부서지는 파도와 암석 봉우리를 형상화했다.
세 작품을 멀리서 보면 이번 전시의 상징들인 달, 돛, 파도, 지구, 벽이 만들어 내는 한 폭의 풍경이 나타나는 한편, 각각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병뚜껑의 로고들이 드러나며 재료를 둘러싼 역사, 그리고 식민지 무역로를 기반해 쌓아 올려진 산업화의 현주소를 밝힌다.
수십 명의 작업자들과 함께 재료를 꿰매고 조립해 완성한 이번 작품은 접어서 이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설치될 때마다 이전과 다른 형태로 설치될 수 있도록 제작돼 작가의 예술적 개념인 '비고정적 형태'를 구현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 커미션을 통해 예술가 엘 아나추이는 역사와 문명, 산업이 거대한 전 지구적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해 온 과정을 탐색하도록 이끈다"며 "인류 공동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 지구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인간, 시대, 문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예술을 후원함으로써 예술 생태계 전반의 발전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 커미션 외에도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을 후원함으로써 테이트 미술관과 협력 중인 전 세계 미술관 및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심포지엄, 세미나, 워크샵 등을 지원하며 동시대 미술 및 미술사 정립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여러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