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균용 후보자의 낙마로 빚어진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에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을 재개하기로 했다. 변협은 전국의 각 지방변호사회 의견을 취합하고 사법평가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16일 대법원장 후보자를 공개추천할 예정이다.
변협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이 충돌하고 급기야 대법원장 후보가 낙마하는 현 상황을 목도하면서 대한변협은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서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대적 사명에 이르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뉴스핌DB] |
앞서 변협은 지난 1999년부터 20년 넘게 대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해왔다. 대법원장의 경우 변협의 후보 추천 효력은 없지만 대한민국 변호사들의 법정단체가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그러다 지난 8월 변협은 변협의 대법원장 후보 추천에 대한 반발여론을 의식하고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변협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 중단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김영훈 대한변협 회장은 "현재와 같은 사태를 단순히 대법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정도로 보아서는 안된다"며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지금도 상시화되고 있는 재판지연 현상이 심화돼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향후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절차까지 중단돼 전체적인 사법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상황에 이를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온 변협이 사법의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표명하는 대한민국 3만 변호사들의 결의"라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변협이 추천한 대법원장 후보자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지난 6일 전국에 있는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에게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해 오는 16일 오전까지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사법평가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대법원장 후보자 3~5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후보자를 추리는 기준으로 "판사의 경우 그동안 본인이 했던 판결이나 결정, 변호사의 경우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열과 성을 다해서 사건을 처리해왔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변협은 공권력이 있는 기구가 아니다 보니 개인정보나 숨겨져 있는 정보를 파악하는데 미흡할 수 있다. 그 부분은 후보자 확정 이후 청문절차를 통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사법평가위원들은 대부분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평판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평판이 아주 벗어나는 확률은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현재 이 후보자의 낙마로 당초 대법원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차기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앞서 이 후보자 지명 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는 오석준 대법관(61·사법연수원 19기)과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62·15기),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9·18기) 등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오 대법관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친분 문제로 난항을 겪긴했으나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한 차례 통과한 바 있다. 또한 두 차례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지내 법원 내부 사정에 밝고 소통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재판관의 경우 원칙을 따르는 법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등을 거쳤다. 홍 부장판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법원 재판연구원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낸 이력 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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