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증권이 시장에서 매매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상장폐지는 많은 경우 유망 기업의 상장(IPO)이나 대형 인수·합병(M&A) 만큼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벤트로 여겨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주식 시장의 역학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상장폐지의 사유는 다양하다. 매출 저하, 자본잠식, 감사의견 비적정, 파산 등 그 사유가 비교적 명확하여 그에 대한 사전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있는가 하면, 전·현직 임직원의 횡령·배임, 회계처리기준 위반, 주된 영업의 정지, 공시 위반 벌점 누적 등 사업의 영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측의 이벤트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일단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그 즉시 해당 주식의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거래 재개가 결정되기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뿐만 아니라 및 대외적 평판에 대한 타격, 자금 조달 채널의 감소 등의 영향을 받게 되며,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투자금 회수를 포함한 다방면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상장규정은 상장폐지 절차의 각 단계별로 일정한 기한들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으로서는 매우 제한된 시한 내에 상장폐지 대응 전략 수립, 거래소의 자료제출 요청 준비, 언론 대응 등에 대한 초기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뉴스핌] 정성빈 변호사 [사진=화우] 2023.10.13 peoplekim@newspim.com |
필자는 10여년간 100여개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관련 자문을 해오면서, 이와 같은 초기 대응 단계에서 회사가 내리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향후 상장폐지 절차의 진행 및 결과의 향방을 결정짓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골든타임'이란 중증 외상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이라는 뜻의 의학용어 Golden Hour에서 유래한 용어로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의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상장폐지 사유 발생 초기에 얼마나 신속히 적절한 대처를 하는지가 상장회사의 생존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대응 단계에서부터 매매거래재개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회사가 거쳐야 하는 주요 기착지들을 신속하게 인식하고, 지체없이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회사로서는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 앞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사결정 과정이 과도하게 지연되거나 명확한 방향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대응의 동력을 잃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러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대응 지연은 지양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심사례, 제도 및 규정의 내용, 모범 사례(Best Practice), 전문가의 조언 등이 일응의 판단 기준이자 이정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하여 급작스러운 상장폐지의 위기에 당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위기 극복에는 골든타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기지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빈 화우 변호사
2015년 ~ 법무법인(유) 화우
2022년 미국 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 LLP
2022년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시험 합격
2021년 미국 Duke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2015년 제4회 변호사 시험 합격
2015년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0년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