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대피령을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커다란 희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이날 집에 머물 것을 요구했다. 가자지구에서는 "당신의 집에 머물라, 당신의 땅에 머물라"라는 메시지가 방송되고 있다.
이는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 중인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24시간 내 대피를 요구한 이스라엘 측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 주민들을 향해 "당신과 당신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고 당신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는 하마스로부터 거리를 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주민뿐만이 아니라 유엔 가자지구 북부 직원들까지 대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고려 중인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의 요구대로 대피하지 않을 경우 피해와 희생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민간인 100만여 명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을 나와 가자지구 남부로 향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0.13 mj72284@newspim.com |
팔레스타인 해방 통신(WAFA)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동을 거부한다면서 강제 이동이 진행되면 2차 낙바(Nakba)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을 가진 낙바는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낸 사건을 가리킨다.
가자지구 전문가인 탈랄 오칼은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낙바로 몰아내려는 시도라고 분석하고 "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며 그들을 쫓아낸 것처럼 오늘 이스라엘은 전 세계의 눈앞에서 그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쏟아부으며 공격을 시작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진행 중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13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들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가자지구에서는 1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두고 지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인 36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해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00만 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에게 24시간 내 이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MSNBC와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내에 이동하기엔 인원이 너무 많다"며 "우리는 그들(이스라엘)이 무엇을 하려는지, 왜 이것을 하려는지 이해하며 그것은 진정한 타깃인 하마스로부터 주민을 분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