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올해 핼로윈 데이에 이태원 대신 홍대나 강남을 방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풍선 효과'(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핼러윈 데이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대신 홍대나 강남, 가로수길, 에버랜드 등을 방문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의 주점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누리꾼 A씨는 "주변에 홍대로 놀러 간다는 사람을 여러 명 봤다"라며 "작년에 참사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누리꾼 B씨 또한 "크리스마스 전까지 딱히 즐길만한 축제 거리가 없어 핼러윈이라도 즐기려고 한다"며 "홍대나 강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핼러윈 데이에 분산되던 인파가 참사로 인해 오히려 홍대와 강남 등에 집중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하루 뒤인 10월 30일에도 홍대 거리에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붐벼 화제가 된 바 있다.
홍대에도 이태원만큼이나 좁은 골목이 많아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이날 홍대를 방문해보니, 지하철 홍대입구역 2호선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도 좁은 골목길이 곳곳에 있었다. 이태원만큼 경사가 크지는 않더라도, 거리마다 미세한 높낮이가 있는 곳도 보였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23일 오전 마포구의 한 골목길. 좁고 미세한 경사가 있다. 2023.10.23 mkyo@newspim.com |
정부와 지자체는 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력 등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인파가 밀집할 곳으로 예상되는 서울 이태원, 홍대, 강남 지역 골목길에 1000여명 넘는 경찰관을 투입해 비상경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각 지방자치단체 또한 핼러윈 기간 중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많이 몰릴 예상 지역으로 16곳을 선정해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했고, 서울시에서는 이번 핼러윈을 기점으로 인파 감지형 폐쇄회로(CCTV) 시스템을 도입했다. 1㎡당 인원수를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감지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청과 재난 안전상황실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한편 참사를 고려한 듯 일부 시민들은 자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즐기는 건 자유겠지만 핼러윈만 날인 것도 아니고 굳이 놀러 가지는 않을 듯"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핼러윈 때 인파 관리로 경찰 인력이 부족할 때 사고라도 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 같아 조용히 집에서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핼러윈 특수'를 누리던 곳들도 분위기를 감지해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에버랜드 등 각종 테마파크는 올해 핼러윈 관련 축제나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방문한 홍대에서도 작년과 달리 핼러윈 관련 제품이나 이벤트 홍보는 보이지 않았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