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지난 20년간 삼성전자를 글로벌 삼성으로 도약시킨 핵심 사업은 스마트폰 사업이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되며 성장이 멈췄고, 삼성전자 안에선 스마트폰을 대신한 신사업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에 돈이 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여전한 사법리스크에 멈춰선 M&A 시계를 다시 가동해야할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제2의 스마트폰' 안보인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년 전보다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만에 최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 안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 정체 국면은 삼성전자 성장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S시리즈의 경우 반도체 및 카메라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여기에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혁신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한 시장 상황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이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애플의 전략과 비교했을 때, 중저가 중심 제품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보다 수익성 면에서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성장이 멈췄고, 이미 중국 기업에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스마트폰 자체가 대단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부품과 모듈을 사다가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굉장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앞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던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이미 중국에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주도권을 내주고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1991년 LCD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을 추월해 전세계 LCD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2010년 중국 패널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기술을 빠르게 추격했고, 삼성은 지난해 6월 LCD 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다.
◆스마트폰 대체해 성장 견인할 신사업 발굴 필요
문제는 그동안 삼성전자 성장을 이끌었던 사업들이 하나둘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을 대체해 성장을 견인할 만한 신사업과 신사업을 예고하는 M&A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CES 2023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하만과 협업한 레디케어 기술을 시연했다. [사진=뉴스핌DB] |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7년 하만(Harman)을 끝으로 사실상 멈춰있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유의미한 M&A에 대해 언급을 하긴 했지만, 실제 대규모 M&A로 진행된 건은 없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금보유량은 79조9198억원으로 1년 전인 39조5831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즉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진 않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향후 캐시카우 역할이 기대되는 반도체 사업 중 세계적 기술경쟁력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파운드리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집중적인 노력에 반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TSMC를 추격하는 속도면에선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일류기업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삼성전자 사업구조가 정착된 것은 20년 전인데 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고,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애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로는 성장이 어려운 만큼, 로봇·의료·전장 등 신규 사업에 대한 성장과 신성장동력을 위한 M&A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남아있어 대형 M&A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삼성전자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방향을 잡고 강하게 실행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업리스크를 넘어서 빠른 판단으로 다시 M&A 시계를 돌려야할 타이밍이 왔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대목이다.
abc123@newspim.com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