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 급락 사태에 대한 리스크 관리 미흡 지적에 반박하고 나섰다. 내부 기준에 입각한 적합한 판단에 의해 미수거래를 연장했을 뿐 아니라 예방조치도 취했다는 이유이다.
24일 키움증권은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영풍제지 미수거래를 연장했다고 밝혔다. 키움 관계자는 "영풍제지가 자산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고, 유동성 지수도 양호하다는 판단하에 미수거래를 막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3.06 ymh7536@newspim.com |
미수거래란 유가증권거래 시 증권회사가 정한 위탁증거금만을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 급락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잔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증권사는 내부 지침에 따라 특정 종목의 미수거래 정지를 중단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 과정에 주가 조종 세력이 관여했는지 알지 못했고, 재무제표 등 정량적 지표로는 주가 급락을 예상치 못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영풍제지의 자산/부채 비율은 260%로 재무 건전성이 확보된 상태였으며 2021년 말에 기록한 26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주식대용 비율을 잡는 등 사전 조치도 취했다. 키움 측은 "미수거래는 증거금률 40%를 유지했지만, 주식 대용 80%를 잡아서 손실을 방지했다"며 "미수거래 상환기간을 1영업일로 줄이고 신용거래는 아예 중단하는 등 합당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주식 대용을 잡은 상태에서 미수대금이 발생하면 동 계좌 내 다른 주식을 매도해 미수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 미수거래 발생 후 2영업일 내 납부해야할 현금을 증권사에 납부하지 못하면 미수대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잔금 결제 시기를 줄이는 것은 미수대금 예방에 효과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키움을 제외한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사건이 발생하기 몇 달 전에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4월 27일) ▲KB증권(5월 2일) ▲삼성증권(4월 27일) ▲NH투자증권(2월 27일) 모두 사태가 발생하기 몇달 전에 영풍제지의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가장 시기가 늦었던 신한투자증권도 7월 초에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사실상 해당 종목의 미수거래를 중단한 셈이다.
미수거래를 너무 많이 풀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풍제지 주가 급락으로 인해 발생한 미수대금은 약 4943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키움증권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인 3756억원보다도 30% 크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보다도 많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955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의 미수대금이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 발생했다"며 "영풍제지에 너무 많은 미수거래를 허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가 조작 세력과의 결탁 여부와 사전 관리 미흡 등 여러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등 합당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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