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 전면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산은 노조)가 총공세에 나섰다. 정부 지지율이 급락함에 따라 내년 총선 이후에 본점 이전을 저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부산이전이 백지화 수순에 접어들면 더 이상의 대화없이 강석훈 회장 퇴진 투쟁도 수면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26일 산은 경영진과 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1년 넘게 대화 없이 여전히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
강 회장 첫 출근부터 저지한 노조는 부산이전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와 경영진은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한, 최소 인력 100여명을 제외한 모든 인력과 부서가 부산으로 가는 '100% 이전'으로 맞서며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강 회장 역시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조가 이전 반대 아니면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양측간의 교류가 없음을 인정했다.
이에 노조는 최근 발생한 정치적 변수들을 발판삼아 '총공세'로 전환한 형국이다.
우선 '산업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데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현 국회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역시 이런 현실을 감안해 법개정 시점을 내년 총선 이후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국감에서 국회 협조를 구하겠다던 강 회장이 정작 야당 의원들은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법개정만 막으면 부산이전이 무산되는만큼 노조는 야당과 연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노조측의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에서도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적어도 현 정부 임기내에서는 부산이전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야당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부산이전의 부당성을 알리고 절차적 문제점을 전달하는 등 계속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이전을 공약으로 내 건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노조에게 힘을 싣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동남권 경제 부흥을 위한 지엽적인 선택이라는 점이 드러난 이상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부산이전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강 회장 거취에 대한 공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직원들이 강 회장에 대해 부산이전을 위한 맞춤형 인사이지 산은을 이끌어 갈 역량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부산이전 백지화에 초점을 맞춘 노조 투쟁이 강 회장 퇴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에게는 부산이전 타당성부터 제대로 논의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화단절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양측이 서로 벽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원하는 건 백지화다. 이를 위한 모든 행동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