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간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가운데 이들 기업은 합병을 위한 협상을 중단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 신문은 웨스턴디지털(WD)은 합병을 위한 협상을 해오던 중 키옥시아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웨스턴디지털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협상해왔다.
키옥시아의 최대 주주는 미국 투자 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이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다. 닛케이는 양사가 협상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베인캐피털과 합병과 관련한 조건을 합의하지 못한 탓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은 27일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을 위한 협상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로고. [사진=SK하이닉스] |
게다가 SK하이닉스도 이들 기업의 합병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닛케이는 SK하이닉스가 양사의 합병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협상 무산에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양사의 합병에 대해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 자산 가치를 고려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슨 사장은 이날 "더 좋은 방안이나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반대는 아닌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인 만큼, 내부적으로 합병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 아직 정해진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같이 이들 기업의 협상이 중단되면서 당장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각각 세계 2위, 4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합병이 이뤄지면 합산 점유율 34.3%를 기록, SK하이닉스(17.8%)는 물론 삼성전자(31.1%)까지 뛰어넘을 전망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합병에 동의하지 않은 점이 양사의 협상 무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향후 점유율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시장 구도를 맞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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