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지혜진 기자 = 인신공격성 현수막·욕설 항의를 당한 비명계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개딸 자제령'을 촉구하고 있다. 지도부는 '이 대표가 이미 자제를 촉구했다'며 선을 긋는 가운데 친명계는 "결국 본인들 공천을 보장해달라는 의도"라며 격분하는 양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무 복귀 후 연일 '통합·단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복귀 직후 "더이상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왈가왈부 하지 말라"며 가결파 징계를 매듭지었고 26일 전·현직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27 leehs@newspim.com |
그러나 비명계는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현수막 테러'나 '욕설 항의' 등에 이 대표가 직접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다.
지난 24일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화성 동탄 시내엔 깨진 수박을 머리에 쓴 비명계 의원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매국노를 먼저 처단할 것'이란 협박성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강성 당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 의원 지역 사무실에 난입해 "왜 이 대표 사진을 하나도 안 붙이냐'며 욕설을 쏟기도 했다.
비명계는 이들이 당원일 경우 징계를 내리고 비당원일 경우 고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이런 행동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라는 주장이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에만 그친다면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 지역에 내걸었던 현수막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너무 부끄럽고 소름끼칠 지경"이라며 "이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의원. 2023.01.31 leehs@newspim.com |
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충분히 자제를 촉구했다'는 입장이다. 당원 징계를 원할 경우 절차에 맞게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 청원을 하라고 주문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가 그런 걸 자제해달라고 당원들에게 직접 호소한 게 벌써 여덟 차례"라며 "당대표와 지도부가 그런 당원들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4일 체포동의안 이탈표를 색출하려는 강성 당원들에게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비명계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자 같은 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주 극소수의 극단적인 일탈 행위에 대해서 당연히 강력하게 징계할 의지가 있다"며 "또 징계를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원욱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윤리심판원에 징계 청원을 하면 당연히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면서도 "의원들에게 악성 문자를 보내는 분들을 당원 조회해보면 실제 당원이 아닌 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비명계의 '개딸 자제령' 촉구가 본인들의 공천을 보장받기 위한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와 지도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지속함으로써 탈당의 명분을 쌓는 것이란 주장이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지역구 관리 잘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잘 보이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결국 자신들 공천 보장해달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명계 의도는 확실하게 공천을 주든지 아니면 '징계해달라, 나갈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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