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11-01 15:01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축산 시장이 휑해요…손님 자체가 없으니까 속이 타서 애꿎은 술만 늘어요."
서울시 송파구의 한 축산 시장에서 한우, 육우 등을 취급하는 상인 박모(63) 씨는 축산 상품을 진열해둔 유리 진열대에 턱을 괴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럼피스킨 발병해 이동제한, 살처분이 실시된 이후 고기 가격도 10% 정도 올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소문도 안 좋다보니 안 그래도 안 오던 손님이 이제는 아예 없다"며 한탄했다.
1일 뉴스핌 취재 결과, 지난달 20일 첫 확진 사례가 난 1종 가축전염병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축산업계는 연일 울상을 짓고 있다. 상인들은 소고기 도축 매물이 줄어 도매 가격이 오른데다 소고기 소비도 준 탓에 장사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취재진이 찾은 서울 독산동 우시장에서 소 넓적다리를 발골 중이던 한 상인은 "럼피스킨 발병 이후 고기가 많이 안 들어오고 있다. 보통 우시장에 들어오는 고기는 도축장에서 정형을 마친 후 경매를 거쳐서 들어오는데 근래에는 그런 소가 많지가 않다"며 "매물이 적어 가격도 올랐다. kg당 1500원 이상 오른 상태니 소 한마리 기준으로 몇십만원이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첫 발병이 확인된 이후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농장 69곳에서 확진 사례가 나왔고 소 4966마리가 살처분된 상태다. 이에 더해 1일 전라남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신안 임자면 한우 농가의 발병 사례를 발표하면서 전국 각지로 럼피스킨 병이 퍼진 상태다.
럼피스킨 병은 모기, 침파리 등 흡혈 곤충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소에서 고열, 피부 결절(혹)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인수공통 감염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다른 상인 윤모(60) 씨 역시 "예전에는 장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거의 손님들이 소는 안 찾는다"라며 "어떤 단골 손님은 뉴스를 보고 전화해서 소 먹어도 되는거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단 고기를 사러 오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도매 시장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독산동의 우시장 상인회 관계자 이모(58)씨 는 "소비자들이 럼피스킨 병 발생 이후로 위축돼 있다보니 요즘 상인들 사이에서도 소가 잘 안 팔린다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요즘 소가 잘 안 들어온다라고 말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했다.
오른 가격으로 소를 재료로 쓰는 음식점들도 불만이 새어나오긴 마찬가지다. 한 소고기 전문 음식점 사장은 "도매 가격이 올라도 가격을 고정한 상태지만 손님들이 되려 '지금 비싸게 받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라며 "소는 닭같은 동물보다 키우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다 보니 오른 가격이 진정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럼피스킨병 매개체인 흡혈곤충 방제를 위해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방제소독 주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소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경북지역을 발생 우려가 있는 엄중 상황이라고 보고 오는 10일까지 백신접종을 추진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백신 접종을 위해 지난 28일 백신 127만마리분을 들여온 데 이어 29일 63마리분, 31일 210만마리분을 각각 도입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