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최고 수백대 1까지 치솟던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대폭 낮아지면서 장기간 이어지던 흥행 불패가 흔들릴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원자잿값과 땅값 상승 등으로 주요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를 웃돌자 투자 매력이 낮아진 상태다. 주택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7%대를 다시 넘어선 것도 관망세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달 전국에서 연중 최대치인 4만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인 만큼 청약 경쟁률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이문 아이파크 자이' 평균 16대 1...강북 최대어 '무색'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던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경쟁률 16.8대 1 기록했다.
주택형 17개 중 59㎡E, 84㎡D, 84㎡E 등 3개에서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당첨자를 포함해 모집 가구수의 500% 이상을 채워야 1순위 청약이 마감된다. 이날 2순위를 통해 청약자를 모집한다.
고분양가, 고금리 등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의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표면적으로는 무난한 성적표로 보이지만 앞서 분양 단지와 비교하면 경쟁률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올해 서울 동대문구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휘경3구역)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1.71대 1을 기록했다. 6월 선뵌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청량리7구역)는 1순위 청약에 2만1322건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평균 242.3대 1, 최고 320.1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을 거치며 전 가구가 완판됐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입지와 단지 브랜드 측면에서 경쟁력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청약 경쟁률은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2달전 분양물량 분양가 보다 2억~3억원 정도 높은 가격으로 공급된 점도 청약시장에 관심이 쏠린 부분이다. 고분양가 논란을 뚫고 흥행에 성공하면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청약시장에는 실수요자 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었다. 반대로 청약 1순위 '완판'에 실패하거나 경쟁률이 저조할 경우 분양시장의 열기가 한층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 단지의 국민평형(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2억 599만~14억4026만원이다. 3.3㎡당 분양가는 3550만원이다. 앞서 4월 공급한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평균 2930만원으로 국민평형 최고 분양가가 9억7600만원이었다. 8월 분양한 '래미안라그란데'는 3.3㎡당 평균 3285만원으로 국민평형이 10억9900만원 수준에 공급됐다.
◆ 고분양가, 고금리에 관망세 확산...집값 약세 전망도 영향
하반기 강북지역 최대어가 기대에 밑도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공급을 앞둔 분양물량도 '완판'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입지와 분양가 등에 따라 흥행 결과가 극명히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달 신규 분양물량이 적지 않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52개 단지, 총 4만4003가구가 분양을 시작한다. 이는 지난달(3만2719가구) 대비 34.5% 증가한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기도 1만 6627가구, 인천 5326가구, 서울 3567가구, 부산 3472가구, 광주 3214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다.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청약시장에 불안요소다. 새 아파트라는 장점에도 집값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되면 수요층이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아지는 것도 청약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다.
분양 관계자는 "집값 반등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고분양가 청약에 고심이 커진 분위기"라며 "연말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분양이 많아 입지, 브랜드 등에 따라 청약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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